#오늘의 일기 쓰기
근 1년째 이마에만 계속 나는 피부 트러블로 고생 중이다. 학창 시절 누구나 있다던 여드름은 흉터만 남긴 채 대학 입학 후 그 종적을 감춘 지 오래였다.
그러고선 아직도 기억난다. 작년 겨울에서 올해로 넘어오는 그 중간 어딘가였다. 갑자기 이마에 뾰루지 하나가 났다. 늘 그랬듯이 아무렇지 않게 짰고, 그 위에 진정약을 발라주었다. 그러고 잠들면 가라앉아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트러블이 다시 올라왔고 주변의 영역들까지 함께 들고일어났다. 당시엔 앞머리가 있어 조금 가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지금 10월이 되었다. 여전히 트러블은 현재 진행 중이고 심해졌다면 더 심해졌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이런 트러블은 달고 살아본 적이 없거든. 지금까지 그 트러블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실험들을 해보았다.
약산성 클렌징으로 바꿔서 그런가? 여드름 전용 폼클렌징을 써보자.
평소 쓰던 토너에 문제가 있나? 콧물 스킨 말고 닦아내는 닦토를 샀다.
여드름에 좋다는 아크앰플을 지금도 쓰고 있다.
압출기를 소독하고 트러블을 다 짜고 난 후 녹차팩으로 진정시키면 다시 안 올라온단다. 아니었다.
수분크림을 엄마가 만든 천연으로 바꾸어보았다.
일부러 아무것도 안 바르고 그저 맨 상태로 잠에 들어, 피부가 재생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피부과에도 가 보았다. 그저 짜주고, 팩 해주고, 끝이더라.
약콩차를 끓였다. 병아리콩을 볶아 그 콩을 뜨거운 물에 우려낸 차를 하루에 1.5L씩 마셨다.
현재까지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재님, 저도 그랬었는데 면역력 문제였어요. 밀가루, 초콜릿 끊어봐요.”
앗차, 내가 피부 밖의 것들만 건드리고 있었구나.
진짜 문제는 속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여드름, 특히 이마에 나는 이유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열독이 심장에 미치기 때문이란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안 그래도 요즘 몸에 열이 많고, 술을 조금만 마셔도 금방 얼굴이 뜨거워져 자다가 중간중간 깨기 때문이다. 그저 덥다. 그럼 열독의 원인은 무엇인고 하니, 스트레스, 화, 나쁜 식생활이라고 한다. 역시나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인가.
글쎄, 요즘 고민거리가 많아 스트레스받는 건 맞다. 화는 그닥 나진 않지만 가끔 특정 누군가의 행동이나 반복적인 패턴을 보면 거기에 꽂혀 집중이 안 되는 내 모습에 화가 나곤 한다. 나쁜 식습관이야 뭐, 좋진 않으니까 그것도 인정이다.
최대한 고기와 밀가루를 피하고 생선, 야채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보려고 한다. 이 방법으로 꾸준히 나를 관리한다면 이마 트러블 친구들은 금세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간 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서로 간의 관계에 트러블이 생긴다.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무엇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진짜 원인이 아니라 주변의 것들만 정리한다.
골은 더 깊어간다. 점점 더 힘들어질 뿐이다.
깊은 대화, 서로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진짜 원인 찾기 여정을 떠나야 한다.
적어도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