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오년 십일월 십사일

by 아니

남편이 출근길에 아이를 태워다 준다고 했다. 갑자기 생긴 자유 시간에 가뿐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서운하기도 한 것이 딱 반반이다. 매일 아이를 픽드롭하는 일은 편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그 순간이 아이에게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실히 전달하는 시간인 것 같다. 가끔씩 올라오는 걱정되는 마음과 부글거리는 마음을 내려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갑자기 생긴 자유시간에 오늘은 씻고 조금은 여유롭게 미사를 갈 수 있었다. 어제 영성체를 하고 나서야 생각난 전일의 죄가 생각나 오늘은 고해성사를 보았다. 조금은 매서운 신부님의 말씀과 보속이 있었다. 독서와 복음을 듣고, 강론을 들으니 신부님이 오늘의 성경 말씀에 깊이 빠져 보속을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묵주기도를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예전엔 강의를 가느라 평일 오전 미사를 참석할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요즘은 거의 꾸준히 가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시나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마음. 집에 거의 다 왔는데 친한 언니가 전화가 왔다. 지난여름 이후 내가 힘들어했던걸 알아서 어떻게 지내나 하는 염려에 전화를 한 듯하다. 지난해 언니가 겪던 남편과의 불화를 이제는 내가 겪고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 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관계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관계로 바뀐 부부여서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저렇게도 바뀌는구나, 그리고 그게 순간의 변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바뀌면 유지가 되면서 함께 걷는 동반자가 되는구나를 보여주시는 언니의 남편. 부럽다. 내게 이런 말을 하더라 하면서 속상했던 이야기를 일러(?) 바쳤다. 그랬더니 내 남편도 잘 아는 언니가 **이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면서 네가 힘든 거 애쓰고 있는 거 알면서 자기가 할 말이, 내세울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생각은 못했었다. 괘씸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에 분노에 휩싸여 있을 뿐. 정말 자기가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렇게 억지를 쓴 걸까.


오늘도 집을 치운다. 돌아서면 어디든 손이 닿는, 작은 집인데 왜 이렇게 먼지는 많이 쌓이고 치울 것은 많은지 모르겠다. 청소기를 돌리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해둔 빨래를 정리한다. 또 저녁 걱정을 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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