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오년 십일월 구일

by 아니

글글글...... 대체 글이란 게 뭔가. 번뜩하고 지나가는 생각을 잡아내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가.


오늘은 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지난 10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내가 필요해서, 강사가 되고 싶어서 비슷비슷한 각자의 이유로 그 자리에 모였던 우리들, 그리고 중간 합류자까지. 어쩌다 보니 14명이 그렇게 지난 10년을 살아오면서 삶의 시간들을 공유했다. 그 모임에서 지난 시간을 기념하며 공저로 책을 만들자고 했다. 자비 출판이니 수요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 그냥 우리가 살아온 삶을 쓰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래도 책을 내기 위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렬은 필요하니까 작가님을 모시고 글쓰기 수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첫 번째 시간이 진행되었고, 11월인 오늘 두 번째 시간을 약속했다. 오늘 가면서 한 페이지 이상의 글을 써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런데 도통 써지지 않는다.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자신을 믿고 쓰라고 했으니 영 아닌 것 같고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첫 만남 때 쓴 시작글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한다. 아이의 성장통 시간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의 중고등학교 때가 생각났다고, 나는 따돌림에 가스라이팅에 피해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 역시 누군가의 여리디 여린 마음을 부순 적이 있었다고, 어쩜 수없이 많았다고, 그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써지지가 않는다. 숙제를 안 해서 안 갈까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리자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한다. 얼굴 보러 온다고 생각하라는 말에 위로를 받아 억지로 한 장 반을 써서 갔다.


글을 쓴 사람은 내고, 피드백을 받았다. 이렇게나 서로에게 솔직한 사이에서도 내가 쓴 글을 그들 앞에서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부끄러움이었다. 지난 시간 내게 소설을 권하셨단다. 기억이 없다. 나열되는 사건 속에서 주인공을 잡아 소설로 쓰자고 하신다. 흠. 소설이라. 그렇게나 쓰고 싶던 글이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일단 믿으라 하시니 믿고 가보자 하면서도 자신감 없음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작가님 말 그대로 집을 파는 일도 아니건만 뭐가 이렇게나 두려운 걸까.


잘하고 싶은 일이라 그렇다. 진짜 잘하고 싶은 일.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을 믿어라.'라고 말하는 작가님과의 만남은 고작 두 번 남았다는 아쉬움이 뒤섞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미적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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