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현실편 - 지방 발령과 집값 편
말단 공무원의 박봉으로 집값은 어떻게 해결할까? 아마 공시생도 걱정일 것이고, 이미 일하고 있는 미혼 분들, 그리고 기혼이지만 아직 내집마련을 하지 않으신 분들은 모두 고민일 것이다. 필자는 한 번의 의원면직과 두 번의 임용 합격으로 지방, 경기도, 서울에서 모두 근무해보며 온갖 주거환경을 경험하고 고민해왔다. 친척 집에 얹혀있기를 시작으로, 고시원, 원룸, 관사, 에어비앤비, 오피스텔, 그리고 지금 아파트까지. 적어도 미혼의 33이라는 나이대에서는 가장 많이 주거환경을 경험하고 고민해본 축에 속한다고 자신한다. 게다가 미혼은 기혼자들보다 생각보다 양질의 넓고 쾌적한 주거 마련이 훨씬 어렵다. 당연히 월급이 하나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내가 보기엔 별로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여러분들 사회 초년생, 공시생이거나 아직 내집마련 전인 분들은 나보다 훨씬 나은 선택을 하시길 바란다. 다들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은 다를 것이기에, 전체적인 방향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자.
지역별로 주거 문제 해결 방안은 조금씩 다르다. 지방과 수도권 중 먼저 지방의 경우를 살펴보자.
1. 지방 도지역 : 관사 또는 부모님 집 존버 -> 지방 아파트 청약 또는 매매
(1-1) 발령난 지방이 내 고향이고 근처에 부모님 댁이 있는 경우
- 축하한다! 주거 마련에 있어 세상 제일 쉬운, 난이도 최하급 케이스다. 발령나서 나 혼자 멋진 공무원의 독립된 삶을 즐기자는 마음만 잠시 진정시켜주자. 독립한다고 뜻을 부모님께 천명해도, 어차피 대다수 부모님께서 반대하실거라 그럴 걱정은 거의 없겠지만. 열심히 공부해온 착한 공무원들은 부모님 뜻에 거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1) 청약 통장을 만들어 두고 묵힌다. 어느 은행에 가서 해도 좋다. 근처에 많다 싶은 은행으로 해라. 매달 납입만 꼬박꼬박 해주면 된다. 얼마 넣냐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회 인정 금액이 최대 10만원이라 10만원 추천한다. 세액공제는 물론 20만원까지 가능하긴 하다. 설명이 길어지므로 청약 통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다루겠다.
2) 먼저 부모님 집에서 존버하며 목돈을 만든다. 부모님이 이젠 제발 나가라고 할때까지 살아야한다. 결혼 전까지는 더더욱. 이렇게 고향에 발령나서 부모님 댁에서 존버하면, 주거비와 식비가 미친듯이 세이브된다. 그 어떤 공무원보다도 목돈을 빠른 속도로 모을 수 있다. 처음 만든 목돈은 모든 투자의 기초고 내 생명줄이 된다. 물론 당연히 양심이 있다면 부모님 용돈은 생활비 명목으로 조금씩 챙겨드리자. 그래도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3) 청약 "추첨제" 물량을 노리거나, 상황에 맞게 아파트를 매입한다. 이제 연차가 쌓이면서 목돈도 모였고, 여친도 생겨 결혼 준비를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지방 집값은 많이 올랐다고 해도 아직도 충분히 훌륭한 공무원 대출과 함께 감당 가능하다. 공무원 대출에 관해서는 따로 글을 올릴 예정이다. 미혼으로 청약을 알아봤다면 아마 알겠지만 벽에 부딪혀 있을 것이다. 미혼, 무자녀, 부모님과 함께 살아 무주택 기간도 길지 않아 가점도 낮을 것이기에 추첨제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도 추첨제도 물량이 많지는 않기에 30평대 이상에 당첨되어 대박난 친구를 딱 한 명 본적이 있으나, 그 외에는 전무하다. 비교적 현실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파트 매입이다. 아파트는 역세권이 좋다던데? 천만의 말씀. 지방의 아파트 매매 시에는 역세권은 수도권만큼 중요하지 않다. 지방에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하철이 서울만큼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광역시의 경우 생각보다 버스 노선이 잘 되어 있으며, 도 단위 지역의 경우에는 보통 자가용으로 많이 이동한다.지방에서 오히려 중요한 부분은 "학군"과 그리고 신혼 부부가 많이 유입되는 중심지 또는 신도시다.학군과 그 지방의 중심지 위주의 아파트로 살펴보자.
(1-2) 지방 발령 났는데 내 고향은 아니고 당연히 부모님 댁도 근처가 아닐 경우
지방 도지역, 가보지도 않은 시골에 발령나서 슬픈가? 꼭 슬플 일만은 아니다. 필자도 근무를 고향이 아닌 도지역에서 시작했다. 전남 장흥이 첫 발령지였는데, 전남으로 시험을 친 사람들에게 장흥은 신규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승진 점수가 많지도 않고, 이동 점수가 높지도 않아 광주 근교로 가기 위해서는 꽤 오랜 세월을 보내야 하는 곳이었다. 심지어 여자 동기들은 장흥에서도 중심지인 장흥읍에 발령이 대부분 났는데, 왜인지 나를 포함한 많은 남자 동기들은 차로 10분 정도만 이동하면 땅끝인 곳으로 발령이 났다. 그 마을 주변엔 편의 시설이 거의 없고 산을 하나 넘어 장흥읍으로 가야만 종합 병원이 있고, 도서관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런 시골 중의 시골이었지만, 장점이 꽤 있었다.
1) 청약 통장을 만들어 묵힌다.
내용은 같기에 생략한다.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 가입 연수를 채워야 한다.
2) 관사에서 존버하며 목돈을 모은다.
도지역의 시골에서는 관사를 제공해준다! 이 관사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내야하는 월세가 없다. 내가 사용한 전기세나 수도세 정도만 부담하면 관사를 이용할 수 있다! 이제 막 타지역으로 발령난 사회 초년생에게 주거비 부담이 없다는건 목돈을 모으기에 엄청난 장점이다. 타지 생활 시 월세는 최소 몇십만원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관사(또는 사택)마다 다르긴 하지만 혼자 지낼 수 있는 경우도 꽤 있고, 2~4인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관사가 없는 경우에는 원룸을 구해 존버한다. 혼자 살기에는 원룸으로도 충분하며, 다행히 지방 원룸의 경우 서울과 다르게 매우 저렴하다. 서울 원룸은 월세 최소 50부터 시작하는데, 거의 반 값 이하라고 보면 된다. 특히 반전세나 전세 원룸을 구하면 전세 대출 이자를 감안해서도 더욱 저렴해진다. 지방은 주거 난이도가 쉬워서 생활이 여유롭다는 큰 장점이 있다. 투룸을 구해 동기와 함께 세를 나눠 내며 사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뿐만 아니라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은 큰 현실적인 장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돈 쓸 곳이 없다는 것. 카페나 베라 같은 걸로 나가는 사소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세이브된다. 그 곳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목돈을 모을 수 있었고, 이는 나중에 서울에 와서 아파트를 매매할 때 작지만 큰 도움이 되는 목돈이 되었다.
3) 청약이나 매입 시 도 지역보다는 인근 광역시의 아파트를 노린다.
도 지역에도 가성비가 좋은 아파트가 많다. 하지만 당신은 타지에서 와서 이 지역의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리스크를 안고 도지역에 투자하기 보다는, 인근의 광역시 아파트를 매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집값의 상승률이나 추후 발전성 측면에서도 광역시가 도지역과 비교 시 좀 더 낫기 때문이다. 만약 광역시에서 출퇴근이 가능하다면 더욱 광역시의 아파트를 매입해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며 출퇴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거리가 멀어 실거주가 어렵더라도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것이라면, 나중에 학군이나 생활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광역시 아파트 매입이 낫다. 나중에 전출을 광역시 인근으로 쓸 수도 있고, 별거 부부 시 전출 및 이동에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또한 추후 부부 중 한 명이라도 광역시에 거주할 수 있다면 보통은 자식 교육을 위해 한 명이 자식들을 케어하며 광역시에 남고 한 명이 멀리서 출퇴근하거나 따로 주말 부부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방은 아직까지 공무원에게는 살기 아주 좋은 환경이다. 사실 수도권에서 살기 힘든 이유는 첫 번째도 집 값, 두 번째도 집 값, 세번째도 집 값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집값도 많이 오른 편이지만, 그 지역 최고로 핫한 중심지 정도만 포기하면 그래도 맞벌이 부부가 충분히 대출을 갚아 나가며 살 수 있는 가격대가 많다. 내가 살아야할 곳이 꼭 수도권이 아니라면, 지방 광역시 또는 그 근교에 거주하는 것을 추천한다.
*** PS. 부모님의 도움이 가능한 여유로운 공무원의 경우, 수도권 아파트 매입 후 지방에는 전세로 거주하거나 지방이 비규제지역인 경우 2주택도 추천한다. 물론 처음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 현 법령 기준으로는 실거주 2년을 채워야 양도세 면제를 받을 수 있음은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 여유 뿐만 아니라 실거주 2년을 채울 수 있는 조건인 경우에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