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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생 Aug 15. 2022

조용하고 예쁜 카페에서 얻은 공무원 생존팁

II. 생활 편 - 말단 공무원 생존기


  어느 날 우연히 친한 샘들과 삼청동 카페에 가게 되었다. 가보신 곳인데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라고 하셔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남자 사장님이 커피를 내리고 계셨는데 사장님의 외모가 범상치 않았다. 사장님은 무려 엄청난 근육질이었다. 가을이라 긴 팔 옷이었는데도 꽉 찬 그의 옷은 터질 듯했다. 게다가 수염을 기르셔서인지 더 사나워(?) 보였는데, 아주 향긋한 커피를 내리고 계셔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무서운 인상을 보며 조심스러워졌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용히 계단을 밟으며 2층 테이블로 올라갔다.


사장님은 카페에서 소란스럽게 굴면 우리를 꾸겨버릴 듯한 팔뚝을 가지셨다.



  마동석 닮은 사장님은 친절하게 커피만 내려주셨을 뿐인데, 셀프로 조심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어우 사장님 살벌하다

- 적어도 카페에 진상 손님은 없겠구나. 

- 애초에 조용한 카페가 아니라, 이 분이 계셔서(아니 글 쓰면서도 존칭을 쓰게 되다니...)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가 된 건 아닐까! 

- 아아!! 그렇다면 나도 몸을 키워야겠다! 진상 학부모가 학교에 왔을 때 그분들이 알아서 셀프로 좀 더 조심하지 않겠는가?

- 교훈 :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은 모두 벌크업을 통해 몸을 키우자!


  우리 말단 공직들, 특히 민원인을 상대하는 업무를 맡은 분들은 모두 몸을 키워야겠다. 경찰들만 몸을 키울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동사무소(옛날 사람이라 죄송하다, 요즘은 행정복지센터라 부른다)에서 진상 민원인을 마주할 업무를 맡고 있는 분들, 사회복지 업무를 맡아 진상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이제 교사들도 몸을 키워야 한다. 진상 학부모들이 생기면 학교로 면담 오시라고 해야겠다. 요즘 많이 보는 범죄도시 2를 보면 마동석 앞에서 그렇게 사람들이 조심하고 진상을 덜 부리지 않는가. 같은 이치로 몸을 키우는 것은 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민원인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공무원이 되자


  좋은 카페 방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덕분에 벌크업을 시작했다. 최소 몇 년은 걸릴 거라 예상한다. 5년간 30대 후반까지 몸을 키워 진상 민원인을 마동석처럼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내 근육량이 1kg 늘어날 때마다, 진상 민원은 하루 1건씩 줄어갈 것이라는 아주 과학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공무원의 필수 덕목은 벌크업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진상 민원인에 대응하겠다며 무에타이나 주짓수를 배우면 안 된다. 우리는 폭력 사건에 연루되는 순간 징계와 함께 상황이 머리 아파진다. 아니 하다못해 내 잘못도 아닌 교통사고에도 연루되면 머리 아파지는데 폭력 사건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그러한 진상 폭력 상황에 연루되지 않고도 진상을 예방할 수 있는 헬스 벌크업이 최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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