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멘탈편 - 심지어 글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무를 가졌는데 왜?
생각보다 사람들은 글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글을 쓰지 않는 게 문제인가? 아니, 그들이 쓰지 않는 이유는 매우 타당하다! 왜 안쓰지?
1. 날 먹고살게 해주는 업무와 관련이 없다
- 글과 관련된 업무를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글로 먹고사는 전업 작가나 부업으로 블로그 등을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글과 관련된 업무를 가진 사람은 홍보나 마케팅 쪽 일을 하시는 분들 정도. 물론 간접적인 관련까지 끼워 넣는다면 모든 직업이 전부 글과 관련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런 억지스러운 끼워넣기는 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필자도 글을 쓴다고 해서 내 월급이 늘어나지 않는 직장을 가졌다. 그렇다면 생계와 관련 없는 이 글쓰기는 신선놀음이 아닌가?
2. 퇴근 후 육아와 집안일 좀 하고 나면 시간이 없다.
- 솔직히 글쓰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가? 내 생계와 가족을 책임지기에도 바쁜 세상이다. 글을 쓰자면 각 잡고 책상에 앉아 뭔가를 써야 하는데 퇴근 후에 남편은 설거지하고 아내는 빨래를 개고 있는데 그게 쉽나?
3. 요새 솔직히 유튜브가 더 보기 편하고 재밌다.
- 솔직히 요즘 영상이 훨씬 접근성도 좋고 재밌기도 하지 않은가? 굳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그 시간에 유튜브나 배우는 게 부업으로도 낫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지 않는 커다란 세 가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글을 써야 한다. 도대체 왜일까, 그만한 가치가 어디에 있을까?
1. 날 먹고살게 해주는 업무와 관련이 없다. 그래서 재밌는거다.
- 지금까지 날 먹고 살게’만’ 해주는 업무에 지치지 않았는가? 우리는 보통 직장을 선택할 때 현실적인 조건을 많이 따진다. 안정성, 연봉, 사내 복지 등.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재밌고 행복하게 살게 해 줄 무언가를 더 찾아야 한다. 영화, 골프, 테니스, 해외축구 시청, 독서, 수영 등. 흔히 취미라고 하지만 즐거운 삶에 있어서 이 무용한 것들의 역할은 꽤나 중요하다. 그리고 이 취미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록’이 필요하고, 이 기록은 나만의 컨텐츠가 된다. 나만의 컨텐츠는 결국 날 먹고살게 해주는 업무와 별개로 나를 마케팅하는 일부가 될 것이며, 이는 훗날 내 직업 퇴직 후,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의 자양분 중 하나가 되어 퇴직 이후의 부서지기 쉬운 멘탈을 지켜준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퇴직 후 내 직업과 관련 없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하는 삼식이(하루 밥만 세끼 축낸다고)가 될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취미를 퇴직 후 용돈벌이 수단이 될 만큼의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취미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이기에 적어도 생계를 위한 직업 전문성 발전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일이다.
2. 퇴근 후 집에 와서 글쓰기엔 시간이 없고 눈치 보인다. 그래서 퇴근 전에 써야 한다.
- 미혼자들은 퇴근 후 힘들어서, 기혼자들은 퇴근 후 육아 또는 가사를 해야 하고 또 눈치 보여서 글을 쓰기가 힘들 것이다. 둘 다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 전에 글을 써야 한다. 어떤 업무 건, 바쁜 시즌이 있고 한가 해지는 시간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연차가 쌓이다 보면 업무가 비는 시간이 언제인지 파악하기가 용이해진다. 따라서 이러한 시간에 5분이건 10분이건 짬을 내어서 글을 써보자. 의외로 업무 시간에 글을 쓰게 되면, 돈을 받으며 글을 쓰는 기분이 든다! (전국의 사장님들 눈감으세요)
우리의 허접한 글에 처음부터 누가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미 돈을 주고 있는 회사에서 내 업무를 모두 마치고 짬을 내어 글을 써보자. 마치 회사에서 일하다 화장실에 큰일을 보러가면, 똥싸는데 돈을 받는듯한 상쾌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글을 쓰게 되면 사내 정치로 인해 힘들었던 내 감정이나 복잡했던 업무로 인한 머리가 힐링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3. 유튜브가 더 재밌지만 몇 년 전 영상은 잘 보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글은 오래되어도 사람들이 찾는다.
- 유튜브가 더 재밌긴 하다. 당연히 보기 편하고, 짧고, 자극적인데 훨씬 재밌다. 그런데 유튜브의 장점들은 곧 단점이기도 하다. 바로 저 장점들이다. 길고 자극적이지 않으면 조회수가 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유튜버들이 언제나 자극적인 소재를 떠올리게 하며, 썸네일을 어떻게 하면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만 고민하게 한다. 재밌으려면 현재의 유행을 따라야 해서, 몇 년 전 영상은 유행이 지나게 되어 아주 소수의 영상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회수가 늘지 않는다. 즉, 유튜브는 재미를 위해 유행을 따라가는 경향이 심해서, 영상 제작자가 내용의 전문성이나 깊이보다는 편집 스타일이나 자막에 집중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글은 시대를 건너뛴다. 오래되어도 좋은 글이라면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다. 유튜브가 자극적이지만 상하기 쉬운 음식이라면, 오래 묵을수록 오히려 깊은 향기를 내는 마치 와인과도 같은 글을 써보고 싶지 않은가?
4. 내 감정과 생각의 정리장이 되어준다.
- 마음이 복잡한 날 일기를 몇 문장이라도 적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머릿속에서 빙빙 맴돌기만 했던 내 감정과 생각들이 쓰다 보니 정리되어 후련한 그 느낌을. 감히 비유하건대 친구와의 술 한잔, 내기에서 이겼을 때의 쾌감, 러닝 하면서 느껴지는 러닝 하이와 비견되는 후련함이라고 자신한다. 내가 글로 거창한 것을 하려고 적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내보내는 내 정신 건강을 위한 일이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서 비타민, 오메가를 챙겨 먹고 자주 가지 않는 헬스를 끊으며,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장비부터 구매하지 않는가? 왜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쓰기는 돈도 들지 않는다. 어떤 취미를 시작해도 직장인은 장비빨부터 세워야 하는데, 쓰기는 참으로 가성비 넘치며 정신건강적인(?) 취미가 아닐 수 없다. 쓰기는 메모장 어플 하나만 켜 두고도 시작이 가능하다. 설마 쓰겠다고 연필부터 사려고 생각했는가? 누구나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멍하니 유튜브 쇼츠만 보고 있지 말고 쓰기를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속는 셈 치고 그냥 지금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내뱉으며 끄적여보자. 기대보다 꽤 재밌고,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빙빙돌아 무기력해진 내 자신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