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걱정의 설레발

by 사유

저에게 새로운 경험은 설렘과 동시에 걱정의 설레발입니다. 운전면허를 딴 지 4년이 흘러 부모님으로부터 차를 물려받아 열심히 운전 연습 중인 초보운전 3개월 차입니다. 인생은 가히 운전을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장담합니다. 여행을 떠올려보면 서울이 아니고서야 지방의 인기 있는 맛집, 카페는 뚜벅이가 가기에 갈 길이 멀죠. 놀러 가려다가도 대중교통만 세 번 갈아탈 생각 하면 에이 안가 하고 포기한 순간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운전을 맡길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만 있다면 하루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는 건 식은 죽 먹기인 저는 집순이입니다. 이랬던 제가 자동차가 생기면서 주말마다 여행하듯 보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운전해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떠는 게 인생의 행복입니다.


운전연습을 시작하고 한 달 동안은 연습 겸 남자친구와 펜션 투어를 했습니다.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는 한적한 시골에도 가봤습니다. 괜스레 강릉에 계신 조부모님이 보고 싶어 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먼저 전화를 잘 걸지 않는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


자동차 오너로 홀로서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스로와의 싸움이었죠. 왜냐하면 완벽주의가 발동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주말 연수 기간 동안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겼습니다. 운전 연수 시간은 고작 20시간인데 그동안 실수 없는 드라이버로 거듭날 수 있을까 걱정했죠.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지어내 핸들을 어떻게 조작해야 할지 혼자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주차 못하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대신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남이 내 부탁을 선뜻 들어줄까 싶어 머릿속은 시장통이 됐습니다. 심지어는 동료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며 점심때마다 운전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점심값은 아끼자 주의였던 저는 급기야 일주일 내내 외식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처럼 운전 초보 중의 초보인 저는 시내, 고속도로주행, 주차를 하루씩, 총 삼일이면 프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개나 소나 운전한다고들 하는데 나만 못하면 어떡하지 싶었죠. 차라리 공부가 쉬웠습니다.


부모님은 객지에서 딸이 혼자 운전연습하는 게 마음이 걸리셨는지 운전연수가 끝날 때쯤 항상 전화하셨습니다. 저도 흥분한 나머지 토시하나 빠뜨리지 않고 하루를 보고했죠. '엄마, 운전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가려고 배우는 건데 배 아파하고 스트레스받아가면서 하는 게 맞아? 가족이 근처에 없으니까 강사 있을 때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 ‘라고 칭얼거렸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별일 아니라는 듯 언제든지 자동차반납해도 좋다고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제 말이 신경 쓰였는지 어느 날 카톡을 보냈습니다.



바삐 일하는 와중에 카톡 알림이 떠 열어보니 이미 눈물로 앞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먹먹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친정, 시댁과 멀리 떨어져 아이 둘을 키우며 워킹맘, 워킹대디로 몇십 년을 살아온 부모님이 젊었을 적 당신의 모습이 떠올라 짠했나 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울컥합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시작으로 대학교, 회사를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다니다 보니 어딜 가나 혼자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습니다. 누구에게나 다 처음이 있는 법이고 물리적으로 각자 습득하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있습니다. 반복을 거듭해 어느새 제법 모양새가 자연스러워지면서 프로가 되는 법이죠. 저는 슈퍼맨인 것 마냥 뭐든 한번 배우면 다 할 줄 알았습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건 옥죄고 있던 삶의 숨통을 트여주어 여유가 숨 쉬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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