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네, 오늘!
“엄마, 나도 어제 잠이 안 오는 거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뒤척이고, 바꾸고,
'잠 잘 오는 법'을 검색해도 소용없어
폰도 안 보고 불도 안 켰는데
진짜 순수하게
두 시간을 뒤척인거야
“이게 정말 쉽지 않은 거거든?.”
"아 내가 자각몽인가,
몽유병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은 멀쩡한데 잠이 안와!
"내일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7시 40분에 알람 맞춰놨는데
눈 뜨니까 8시 5분이더라."
"빨리 후다닥 준비는 했는데,
우와 이거 하루 컨디션이 완전히 달라지긴 하더라~."
"머리는 멍~~하고,
기립성 저혈압 온 것처럼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니까
난 아직 어리니까 괜찮긴 한데,
“그래서 잠 못 잔다는 엄마가 이해됐지.”
"아 이거 두 시간 잠 못 자는 게
사람 미치게 하는거구나"
완전 첨 알았잖아."
그동안
“잠 자라”는 그러는 말이
"아~~~그냥 더 놀 수 있는데,
"아~~더 공부할 수 있는데,
이 정도는
완전 1차원적 사고였다는걸 알았어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올
카르마를 내가 예상 못했어.”
나(엄마) - "너 ,카르마를 알아?"
딸(지유) -
“피타고라스 공식은 몰라도 카르마는 알아.”
“인과응보.”
그래서
“오늘 하루 쉽지 않네,
재미난 일이 벌어지겠어~~”
하고 집을 나왔는데,
아침부터 비가 왔단 말이야.
딱,사람 짜증나게 할만한
충분한 비 였단 말이지.
근데 오늘 체육수업까지 있어
체육시간에
미스갈 선생님이 그러대??
“오늘 수요일인 거 알죠?
밖에서 뛰어야 해요.”
밖에 나가니까 비가 오고 있어.
‘앗싸아~~ 오늘 안 뛰겠네’ 했는데
선생님이 말을 번복하지 않고
그냥 달리라는거야
운동장 한 바퀴 돌고 나니까
머리가 뻗쳐.난리가 났어.
잠 못자서 다리가 막 후달려.
“아… 오늘 재수가 없네.”
그러고 학교 끝나고 마트를 가는데
지도 안 보고 갔다가
대충 40분이 걸리길래
‘아....이거 와 이라노’ 하면서
구글맵을 켰더니,
내가 마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더라.
집에 오니까
1시간 반 걸렸어
“이런 나의 머피의 법칙 어때?”
"쉽지 않네, 오늘.
쉽지 않아.....
인생 난이도 쉽지 않네.
오늘은 좀 어려운 날인가 봐.
“하늘이 시련을
도트 데미지로 주는구나…”
나(엄마) -
"아침부터 종일 그러면 기분 나쁘지 않아?"
딸(지유) -
“한 방에 ‘빵’ 안 오는 게 어디야.”
만약 이런 일 하나도 없다가
수능 볼 때 어이없이
세 개 틀리고 그래봐
사람 미치는 거지."
“차라리 이렇게 도트 단위로 오는 게 나아.”
나(엄마)-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그러네
딸(지유)-
그래서 그냥.
“에이, 뭐 인생 그런 거지…”
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지금 따뜻한 차 한잔 하는 중이야
"어머니이~~..오늘 저 쉽지 않았는데
도트로 일직선 그어버렸습니다."
"저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요"
오늘이 좀 어려운 날이면
"아~~ 정말 재수없어 진짜" 라고
과장하지도,
불평하지도 않는 아이.
꼴랑 15년 산 주제에
"인생 그런거지"
"아~~, 오늘 난이도 높네"
괜찮다고 말할 줄 아는 태도를 가진 아이
“한 방에 ‘빵’ 안 오는 게 어디야."
라고 긍정으로
마무리하는 힘이 있는 아이
반백살인 나는 멀었다 멀었어
"아.. 오늘 되는일이 없네..왜이러냐.."
짜증내며
쇼핑으로 카드명세서만 남겼을 엄마 ㅜㅜ
오늘도 너에게 배운다
- 딸은 혼자 캐나다에서 1년간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열흘 뒤엔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캐나다 도착 후 한달즈음, 혼자 고군분투 하던 날의 귀여운 카톡대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