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무녀의 밤

신기루

by 하이디 준

저 하늘을 보는 나의 눈을 믿을 수 없고

아름다운 물의 떨림마저

그저 뿌연 안개처럼 침묵이라면

그것이 고통스런 진실이라면

차라리 꿈에서 깨지 않겠습니다.


나를 돌아봐주세요.

그것이 한 방울의 잉크라 해도

당신의 눈 앞에서만큼은

신비로운 생명이 가득한 존재이기를.


이것이 허공에 흩날리는 연기보다 못하다면

나는 서늘한 바닥에 입을 맞추겠습니다.

꼭 그대의 그릇에 그 커다란 말들을

내가 꾹꾹 담아놓아야 할까요.

머리카락 한 올조차 그 나풀거림을 전하려는데.


하늘을 조각내는 그 창백한 칼부림조차

그대를 깨지는 못할 겁니다.

그 울림에 산산이 부서지는 건 나일뿐.


끝없이 파고드는 끔찍한 초콜릿 향기.

정말 잠이 들면

이 모든 것은 ‘찰칵’ 그뿐일까.


등대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서서히 가라앉는 이 생생한 숨막힘조차

거짓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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