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고양이

신기루

by 하이디 준

우린 광합성을 해.

창문은 TV랑 비슷하지만 그 정도로 격이 없진 않지.

머릿속에선 고양이 노래를 흥얼거려.

꼬리로만 장단 맞출 정도의 품위도 있어.

빨래걸이 아래, 방석 네 개 위.

눈을 가늘게 뜨면 행복은 참 잘 보인다니까.


저기 도서관의 구름다리.

내가 볼 때면 늘 사람이 지나가고 있어.

내가 보지 않으면 텅 비어 있는 건 아닐까?

뚫어져라 바라보다 보면 텅 비는 그런 순간을 잡아낼 수 있겠지?

내가 시선을 주는 건 주문을 거는 거랑 비슷한 효과일지도.

지나가라~ 지나가라~

잠시 중간에 멈춰서는 그 누군가는 날 알아볼까.


블랙 앤 화이트에 통통한 저 까치.

새도 꼬리를 까딱일 줄 아는 걸.

녀석은 댄서보다는 타악기 같아.

트라이앵글을 치는 막대.

가볍고 경쾌하고 빠르게.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널뛰는 모습이 좋아.

날 때는 또 얼마나 폼을 잡는지!

날개를 몸통에 바짝 붙이고 다이빙~

파도를 타듯 울렁거리며 올라가줬다가

금세 접고 다시 급강하!

예~헤이 나까지 들뜨는군 그래.


오오, 하지만 창턱을 기어가는 벌레야!

네 눈에 휙휙 덮칠 듯 다가오는 세상도 흥미롭겠다.

내가 널 찔러봐도 되겠니? 쇽쇽쇽!

훠어이~ 저리 가버려라.

내가 널 납짝쿵해주기 전에.


저기 초록 건물에서 나오는 김은 날 따뜻하게 해.

겨울에 일렁이는 새하얀 김은 온기의 봉화 신호.

여기는 따뜻합니다~ 네 여기도 춥지 않아요~ 하는 소소한 대화.

하지만 겨울의 숨결은 장난꾸러기라

그걸 훅훅 불어 넘어뜨리지.

매일이 생일인 기분으로 킬킬킬.


나무들의 몸도 아름다운 곡선이라는 건

겨울에만 알 수 있는 사실.

그네들의 손끝은 잘 다듬은 눈결정 장식.

매번 삐뚜름한 직선으로 나무를 그린 고양이는 참 바보야.


종일 쬐던 온기가 줄어들 쯤이면,

창에 흐릿하니 비치는 내 모습이 좋아라.

거울은 너무 적나라하니

은근한 창이 고양이에겐 최고.

도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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