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신기루

by 하이디 준

둥글다. 새까맣다. 눈부시다.

둥글고 새까만 하늘이 나를 눈부시게 했다.

캄캄한 하늘을 도려낸 동그란 빛은 그렇게 환하고 눈부셨다.

잠을 잘 수가 없어.


차갑다. 시리다. 떨린다.

차고 시린 바람이 틈으로 새어 들어와 온몸이 떨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은 추위를 쫓던 것인지 흩뿌려진 빛줄기에 놀란 것인지…

잠들었니?


시끄럽고 춥고 너무 밝은 걸.

저 이는 어떻게 잘 수가 있을까. 그렇지?

아니, 이걸 보고도 잘 생각을 하는 게 신기해.

어쩌면 다 혼자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걸지도.

코 골잖아.


신기한 요람이다.

잠을 재우지는 않지만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

새카만 물결에 가만가만 흔들리는 듯.

어쩌면 죽은 걸지도.


하나하나 빛나는 점은 각자의 요람인 것이고

내가 하늘에 박힌 거라 생각하면 숨막히게 가슴이 뛴다.

숨을 쉬면 뿌연 김이 후욱 새어나온다.

죽은 건 아닌가봐.


꿈인가?

자면서 잠들 수 없다고 하다니 이상한 꿈이네.

꿈이면, 커다란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좋겠다.

별 씨리얼.


거대한 내가 큼지막한 숟가락 하나 가득 넘치게 밤하늘 속 별을 떠낸다.

별이 된 자그마한 나도 숟가락에 담겨있다.

와앙 입을 벌리고 와삭와삭 씹어 꿀떡 삼켰다.

무슨 맛이지?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말야,

난 아직 나를 소화시키지 못했어.

자는 건지 깨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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