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하늘과 땅이 있었습니다.
보드라운 하늘에 몽글한 구름밭이 잔잔히 깔렸습니다.
바람이 쟁기질한 하얀 밭고랑 사이로 잘 녹은 햇살이 적셔들었습니다.
까슬한 풀잎들도 얌전히 빗질하고 앙증맞은 꽃핀을 꽂았습니다.
싱그러운 언덕이 넘실대며 제 맵시를 뽐냈습니다.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고르게 뿌린 씨앗들마냥 점점이 풀밭 위에 흩어져서
하늘을 그득히 담은 호수가 되고
햇살을 담뿍 마신 꿀벌이 되고
구름밭 저 멀리 꽂힌 낡은 허수아비를 보고 웃으며
도란거리는 개울물처럼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돌벽집이 있었습니다.
따스히 데워진 새하얀 돌벽 안에 찻잔과 탁자와 기다림이 다소곳했습니다.
문도 유리도 따로 없는 너른 회랑과 광창 사이를 바람이 들락거리며
지루해진 이들의 털과 머리칼을 한숨처럼 불어주었습니다.
모두의 부름을 받는 아이들이 깃털을 날리며
탁자마다 추억의 샘물을 떠다주느라 종종거렸습니다.
여자가 있었습니다.
남자가 달려왔습니다.
먼저 갔다고 나무라며 아이처럼 울먹거리는 남자를
여자가 애처로이 바라보다 다정히 보듬었습니다.
나란히 손을 잡고 돗자리와 바구니를 들고
달궈진 풀내가 물씬한 언덕으로 가만가만히 나아갔습니다.
새가 있었습니다.
작고 푸르고 반짝이는 새가 날쌔게 휘돌며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두 사람에게 내려앉았습니다.
지켜보던 이들이 놀라고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습니다.
여자와 남자의 아늑한 틈바구니에서
새는 재잘거리며 영롱한 빗방울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자는 알았습니다.
남자도 알았습니다.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새가 영원인 것을.
그 푸른 한 점이 곧 사랑인 것을.
그 반짝임이 가장 신비롭고 단단한 씨앗인 것을.
구름밭을 홀로 지키던 늙은 허수아비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