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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28. 2021

매콤달콤 제육볶음




시간이 애매하게 붕 떴다. 오후가 다 되도록 한 끼도 못 먹은 터라 영양 보급이 시급하건만, 다음 일정까지 남은 시간은 약 33분이다. 그 시간 안에 메뉴 선정과 흡입 및 이동이 완료되어야 한다. 빠르고 간편해야 하지만 맛도 포기할 수 없다. 식도락을 포기하는 것은 곧 행복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별수 없군, 이럴 땐 이 녀석이 제일이다.



오늘은 K-소울푸드의 대명사, 제육볶음이다. 강한 불길에 빠르게 화르륵 볶아낸 불향에 더해진 참기름의 꼬소롬한 향기에는 군침을 꼴깍 삼키지 않을 수 없다.



지체없이 퍼묵퍼묵 하고 싶은 욕구를 잠시 억누르고 예쁜 비주얼을 한 번 클로즈업 해주기로 했다. 얇게 썰린 고기에 잘게 채썬 양배추와 양파, 송송 썰어낸 고추가 소복이 담겨있다. 거기에 쪽파 쫑쫑 참깨 솔솔은 멋들어진 화룡점정이다.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 하얀 밥에 빨간 볶음을 척척 올려서 한입에 호로록 담아준다. 고기의 살결은 고급진 부드러움보다는 투박한 퍽퍽함이 주를 이루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친 식감이 거슬린다기보다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지는 맛이다. 거기에 아삭아삭 양배추가 씹는 맛을 더해주면서 다채로운 식감이 완성된다.



남은 시간이 촉박하니 밥과 함께 슥슥 비벼서 흡입해야겠다. 덮밥처럼 비벼 먹는 제육볶음은 밥과 고기를 따로 먹었을 때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맛이다. 슴슴했던 쌀알들이 매콤한 양념에 사르르 코팅이 되면서 고소한 풍미가 비로소 한 몸이 된다. 거기에 한입 가득 우걱우걱 먹을 수 있는 간편함이 무엇보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준다. 마치 빨간 옷을 대충 두른 건장한 돌쇠가 못된 허기로부터 날 시켜주는 것같이 든든한 느낌이다.



간편한 식사에서도 다채로운 조합을 포기할 수는 없지. 이번에는 반찬으로 나온 부추전에 간장을 살짝 올려 함께 먹어보기로 한다. 매콤하게 빨간 양념과 고소하게 하얀 기름기가 어우러지면서 짭짤한 간장이 톡 하고 마무리를.. 으앗 푸엣 이게 뭐야. 살짝 올린 양념간장에 매콤한 고추가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연약한 맵찔이에게 이렇게나 가혹한 매복이라니.. 눈물을 찔끔 머금고 부추전만 연거푸 세 개를 집어먹었다.     


고추의 매복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제육볶음 덕분에 빠르고 맛있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어우 그래도 다음엔 간장은 그냥 콕 찍어서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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