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덕하고 쫄깃한 치즈가 먹고 싶은데 피자는 먹기 싫었다. 빵보다는 고슬고슬 하얀 밥이 먹고 싶었다. 이런 요상한 식욕은 이 메뉴로 달랠 수밖에. 오늘은 치즈까스다. 종종 들르는 식당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다소곳한 돈까스 위에 토치로 불맛을 살린 치즈가 살포시 덮여있다. 거뭇거뭇 치즈가 탄 것처럼 보이지만, 음.. 이건 진짜 탄 건가? 아무래도 오늘은 주방의 화력이 좀 과했던 모양이다.
슥삭슥삭 칼질을 하고 나니 도톰한 돈까스의 단면과 쭈욱 늘어나는 치즈가 시선을 자극한다. 한입에 들어오는 쫀득한 치즈에 고소한 불맛과 새콤한 소스가 폭신하게 어우러진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씹히는 중간중간 소스가 닿지 않은 바삭한 부분이 다채로운 식감을 만들어준다. 작고 귀여운 아기 돼지와 따뜻한 치즈 이불을 덮고 알콩달콩 노닥거리는 기분이다.
이 집은 소스를 직접 만든다고 하길래 소스도 듬뿍 올려서 한입 맛보기로 했다. 적당히 새콤하고 달큰한 소스가 도톰한 고기와 잘 어울린다. 소스 안에 잘게 다진 야채들이 씹히면서도 고기의 풍미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오호, 이 조합, 꽤나 마음에 든다.
자, 이제 오늘의 최종 목표였던 치즈와 쌀밥의 조화를 맛봐야겠다. 치즈까스 위에 상큼한 샐러드도 살짝 올려 하나의 삼합을 만들어준다. 첫 식감은 양배추의 아삭함이 느껴지고 쌀알의 고슬고슬함에 치즈의 쫄깃한 식감이 한풀 꺾여있다. 부드러운 고기는 폭신한 식감을 담당할 뿐 전반적인 맛의 탑은 고소한 치즈의 풍미가 담당한다. 오호라 이건 치즈가 본체로구나. 뜻밖의 삼합통일이다.
한 입 두 입 돈까스가 줄어들면서 문득 느껴지는 문제가 있었다. 실시간으로 치즈가 빠르게 식고 있었다. 온기를 잃어버린 치즈는 쭈욱 늘어나는 탄력을 잃고 툭툭 끊겨버린다. 으아아 안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손과 입을 움직여준다. 한 번에 세 조각을 쌓아서 먹어보기도 한다. 흠음음.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맛보다 식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삼층돈탑 스킬은 정말 가끔씩. 산적처럼 우걱우걱 먹고 싶은 날에만 사용해야지.. 언젠가 찾아올 또 다른 요상한 식욕을 위해 새로운 기술은 잠시 봉인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