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거나 시끄럽거나
사실 오사카에 오면 시끌벅적하고 다닐 곳이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특히나 이번에 가나자와에 다녀오면서 더더욱 비교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사카에 여행을 왔고 어디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고심 끝에 첫발을 오사카 주택 박물관으로 내디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주택 박물관 앞 가게에서 생선 정식을 먹고, 느지막이 나섰다. 그런데 함정이 있었다. 오사카 주택 박물관은 8층에 위치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래서 주택 박물관 주변을 돌고 또 돌았다. 그러다 보니 마감시간 5시가 다가와서 마음이 너무 촉박했다. 주유패스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서 나는 따로 입장료 300엔을 내고 느지막이 입장했다. 주유패스가 있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하였다. 5시에 촉박하게 도착해서 기모노를 대여하진 못하였고, 내부를 둘러볼 수만 있었다. 마감시간에 다다르게 도착해서였는지 바로, 달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주택만 있는 게 아니라 주택 내부에 있는 가전도구들도 함께 보이고 있어서 생활상을 함께 볼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박물관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빗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늘의 해와 달이 교차해서 뜬다거나 하는 효과가 있어서 내부에서 관람하고 있었지만 굉장히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작은 미니어처들이 전시된 곳도 있어서 그 시대 거리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모습으로 다녔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일본 전통 문양의 보자기 등 굿즈들도 보이고, 짧지만 기모노 체험도 할 수 있어서 뜻깊은 박물관이었다. 한국도 궁 관람을 하는 것뿐 아니라 시대별 박물관과 전통복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재미있는 관람을 마쳤다. 오사카 주택 박물관이 1층에 있다고 착각하고 버려버린 시간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나 같은 실수를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 오사카에서 더운 날씨에 힘들었거나 비가 와서 갈 곳을 잃은 발걸음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실내 박물관을 갔다가 오사카의 메인 장소인 오사카 천수각으로 향했다. 오사카 천수각은 천수각 내부를 보는 것보다 외부에서 공원 산책하듯이 돌아다니고 천수각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재미가 있지 않나. 마침 비가 흩뿌렸기에 관광객들도 많이 없었다. 천수각 외부에서 산책하듯 내부로 들어섰다. 비 내음에 여행의 또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천수각은 언제 봐도 뭔가 웅장함이 보인다. 금박과 멋들어진 녹색의 건물. 이런저런 역사의 순간들을 기억하면 마냥 좋은 공간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른 도시의 성들과 비교해서 사실 엄청 크다거나 뭐가 더 화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천수각만의 매력이 있는 곳이라 매번 올 때마다 방문하곤 한다. 또 성 주변에 있는 해저가 멋들어지게 위치하고 있어서 성 외부에서 앉아서 그 풍경만 바라봐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뭔가 테마를 찾아가는 아늑한 유명지라고 잡은 것일까? 다음의 목적지는 시텐노지였다. 시텐노지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절이고, 백제의 후예가 건립한 절이라고 한다. 시텐노지도 주유패스로 방문이 가능한 곳이라 다음에는 주유패스로 갈 수 있는 곳을 선택해서 여행 루트를 짜봐야 할 것 같다. 시텐노지도 입장료가 있는데 그날은 무슨 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다녀와서 보니 21,22일에 절 전체구여에서 벼룩시장이 열려서 입장료를 안 받는다고 한다. 마침 벼룩시장이 열릴 때라,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절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주변에서 판매하고 있느 오꼬노모야끼와 전병의 일종인 것 같은데 “카타 야끼”도 먹을 수 있었다. 매우 맛있어서 지금도 생각나는 맛인데 매우 딱딱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음에 가면 2봉지 사 올 생각이다. 너무 맘에 들었던 전통과자였다. 벼룩시장을 보는 소소한 재미와 두런두런 둘러보는 시텐노지 주변은 감상하기 너무 좋은 곳이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유니버셜스튜디오로 달려갔다. 인생의 2번째 방문이었는데 이곳은 함께 가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혼자 왔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온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그 어떤 곳 보다 왁자지껄하고 신나는 곳이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또 특별했던 이유는 곳곳의 테마존이 그대로 머물러있지 않고, 매번 인기 있는 테마에 따라 새로운 장소가 생기기도 하고 더 업그레이드되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미리 입장권과 익스프레스권을 구매했는데 사실 익스프레스권은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처음 방문하면 혹시나 많이 기다릴까 겁이 나고, 인기 있는 곳에 가지 못할까 싶어서 익스프레스권을 구매하곤 하는데 익스프레스권을 구매해도 기다려야 하는 곳은 또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된다.
꽤나 넓은 그 공간을 오픈 때부터 다녔는데 정말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방문할 수 없을 것 같다. 내부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은 모두 비싸기도 하고, 입맛에 맞지 않아서 먹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너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슈퍼마리오가 내 눈앞에서 팬미팅을 하고, 만화 캐릭터들이 내 눈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해리 포터 속 공간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 공간을 헤엄치고 있었다. 다 큰 성인을 어린이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공간이었다.
오사카는 정말 신기한 곳이었다. 조용하거나 아니면 시끄럽거나 하는 그런 이중적인 도시였다. 주유패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많은 랜드마크들이 있었고, 화려한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어서 시끌벅적한 여행을 할 수도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도톤보리와 같은 요란한 곳은 피하고 싶었기에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성공적인 오사카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텐노지는 오사카의 특별한 분위기와 뭔가 알 수 없는 익숙한 정감 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여행지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오사카 여행이었던 날이었다.
체크포인트
오사카 주택 박물관 시텐노지 주유패스 가능
오사카 주택 박물관 입장료 300엔
시텐노지 입장료 300엔
-화요일 휴일
-21, 22일 벼룩시장 입장료 무료
유니버셜스튜디오 입장권 구입 및 익스프레스권 구입은 옵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