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냄새
다음날, 눈을 떴다. 첫날은 이래저래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이곳을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짬짬이 거리를 둘러보는데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라 사람냄새가 물씬 났다.
무엇보다 밸런타인데이가 지나서인가 곳곳에 I Love You라는 푯말이 보였다. 시에서 이름과 문구를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잘 보면 from. 과 to. 가 적혀있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는 문구도 다양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랑한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게 된 게.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나를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도 없었다. 조금 교외에 떨어진 식당을 소개받아 들렀다. 아직 생각나는 맛인 거 보면 내 입맛에 맞았나 보다. cork&cap rest.라는 곳이었는데 가격도 적당했고 식성에도 맞아서 괜찮았던 곳으로 기억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호텔 앞 가게에서 BISTRO BARBERET AND BALANCASTER 초콜릿도 하나 샀다. 커피 한잔하고 귀가하려는데 이곳은 8시쯤 되니 거의 문을 닫는 분위기라 겨우 테이크아웃으로 커피 한잔사서 귀가할 수 있었다.
랭커스터 시내를 벗어나면 미국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전원주택들의 향연을 본다. 가족이 생기면 이런 곳에서 살아야지 싶은 그런 주택들.
하지만 그런 주택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노란 스쿨버스가 있는데 미국도 집에서 잘 챙겨주는(?) 부모님들은 각자 차로 학교에 데려다줘서 그 스쿨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가 일하시거나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곤 한단다. 다들 스쿨버스 안태우려고 애쓴다면서 미국 나름의 부모고충이 있다고 들었다. 여기나 저기나.
조금 일찍 와서 호텔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호텔위치가 꽤 좋다고 생각되었다. 매력적인 곳이다.
적당히 뭉그적 거리다가 저녁식사를 위해 나섰다. 특별히 한국과 다르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한국처럼 쌀쌀했던 곳! 얇게 입고 와서 굉장히 당황했었었다. 얇은 패딩이 필수였다. 저녁은 The Belvedere Inn라는 곳이었는데 꽤나 formal 한 곳이었다.
관자요리와 크림브륄레를 먹었는데 역시 미국. 크림브륄레가 원래 이렇게 컸나, 한 끼 식사였다. 미국음식은 전반적으로 짜다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내가 짠 음식을 안 좋아하는 것인가 싶다. 즉, 한국과 비슷하다? 정도.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한국과 미국 나눌 것도 없었고 다들 사람 사는 고민, 생활이 좀 다른 방식이겠지만 또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