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by 장지영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말한다. ‘노력을 멈추지 않는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말한다. ‘사랑은 조언을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는 고유한 거야.’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4가지가 있다.

1. 이성(異性)의 상대에게 이끌려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

2. 부모나 스승, 또는 신(神)이나 윗사람이 자식이나 제자에게, 또는 인간이나 아랫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위하는 마음의 상태 - 대상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도 가능하다.

3. 을 돕고 이해하고 가까이하려는 마음

4. 사람이 가치 있는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일


‘대상'이 달라진다.

사랑의 형식이 굉장히 다양한 것을 봐왔다. 흔히 ‘비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들(– 주관적 판단과 사회적 잣대의 사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떡볶이 아주머니(미성년과 성인 사이), 그리고 영화 <은교>에서의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옛날 일본에서 많은 사례의 근친상간, 동성애, 실재하지 않는 존재 ‘미미짱’과의 사랑…


‘음… 잘 모르겠고, 일단 나의 인생에는 결코 없을,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네요.’

네. 저도 마찬가지네요. 제가 사랑하는 형식은 아니거든요.


사람은 확실히 자신이 본능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부류가 있다.

나는 여자가 좋다. 난 하얀 피부에 눈코입이 제 위치에 붙어있고, 마른 체형의, 부드러운 머릿결에서 샴푸향이 은은하게 나는,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가진 여성을 좋아한다. 그런 여자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좋다. 그냥 그 사람과 어떤 관계이던, 나의 몸 세포가 좀 더 활발해지는 것만 같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나의 노력과는 무관한 듯하다. 이런 나의 시스템은 언제부터 만들어져 있었을까? 태생적인 것, 아마도 나의 유전자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영향을 받은 엄마 그리고 모든 여성들에 대한 정보가 합쳐져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테다. 또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부족함, 결여)이 사랑을 원하는 욕구로 발현되었을 수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른 생김새로 만들어져 있고, 신체 조건, 목소리부터 가정환경 등 모든 것이 다른 우리는 자아가 형성될 때 자신만의 기준을 만든다. 뭐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우리는, 그 기준에 따라 바라보는 세계조차도 다르다. 그래서 세상엔 불합리한 것들 투성이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 한다. 나의 불합리함은 합리적인 것에 지고, 합리적인 생각도 때론 불합리한 것에 진다. 도대체 무엇이 정답일까? 불합리한 것이 합리적인 것인가, 합리적인 것이 불합리한 것인가. 애초에 정답이 있긴 한걸까?


우리는 자신의 기준을 만든다. 합리적인 것은, 누군가의 기준이다.


그들도 같다.

뭐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사랑이 우습다. 낯선 자의 사랑은 이해하고 싶지 않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사랑은 예고없이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그리고 언제든지 피어난다. 그들이 어떤 유전자를 가지게 됐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됐든 그들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 둘이 만나 사랑하게 된 것은 정말 엄청난 확률이에요.’

반응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둘 다 맞다.

일단, 정말 엄청난 확률이 맞긴하다. 태어난 것도 몇 억만 개의 정자들 중 1등을 해서 겨우 태어났는데,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존재들 중 그 대상을 만나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그렇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엄청난 확률이 아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사랑을 한다’는 확률로 따져보면 거의 99%이고, 그 확률 속에서 수많은 대상들 중 단지 하나 정도 어떤 것을 사랑할지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이다.

1. 죽기 전에 사랑할 확률 : 99% 2. 수많은 대상들 중 하나를 선택할 확률 : 99%


그렇다면, 사실로서, 사람은 ‘어떤 대상이든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할 확률은 99%’이며, 만약 어떠한 사랑을 선택했든 그 선택은 ‘엄청난 확률’이 된다.


피어나는 꽃, 그 꽃의 영양분을 취하는 벌.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상호작용하며 사랑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그것을 느끼고,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일까. 돈이나 명예,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모든 것들의 그 끝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도 사랑을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사랑이라는 존재가 너무 거대한 존재라서, 우리가 그 안에 있어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주, 하나의 장(場)속에 속해 있는 작은 개구리라서.

나는 내 나름의 사랑을 정의한다.

중력, 자기장,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힘들은 하나가 되고자 하는 힘.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하나가 되려고 하는 그 힘이 사랑이 아닐까? 우주가 하나라면, 지구가 그와 교집합을 이루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도 결국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면. 우리가 태초에 사랑을 하도록 설계가 되어있는 것이, 애초에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을 할 확률이 99%이고 어떤 대상이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애초에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많은 존재들 중 ‘하나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라면. 내가 우주고, 내가 사랑하려는 대상이 애초에 나의 몸이었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대상을 사랑할 것이고,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은 단지, 결핍으로 만들어진, 아주 사소한 망상이다.


당신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들어왔다.

사실 그것은 애초에 사랑이었고, 단지 그것이 당신의 운명 속에서 나와 조금 더 가까워졌고, 현재 그것을 깨닫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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