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입니다. 조심스럽게, 섬세하게 다루고 싶은 존재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당신을 꺾었나요? 저는 살인자입니다. 여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알게 됐습니다. 나의 자아를 두려워하고 증오했습니다. 충분한 시간동안 움츠러들었더니 감사했습니다.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것은 나이기에, 참회하며 감옥 살이를 하는 것보단 차라리 의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살릴 수 있는 것이 내가 죽인만큼은 아닐지언정. 기억이 떠오릅니다. 대략 40번 째 생이었을까요, 내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운 수백개의 민들레씨를 보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었는지. 당신이 아무리 미나처럼 진흙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도, 내 눈은 고작 그 속에서 자라나는 줄기와 잎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 꽃은 네 개쯤 되겠네요. 많이 아프겠지만, 결국 그 피눈물은 개화하고 열매를 맺을테니.. 아마 빨간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그녀처럼 당신의 피를 마실 수는 없습니다. 단지 가운이 물들어도 지혈합니다. 매번 낯설고 어색한 이방인으로, 침입자들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짝퉁 정장에 꽃을 달고, 열심히 죽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