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

by 장지영

고향에 와서 당신을 떠올립니다. 종종 갔던 초밥집과, 문방구 앞 목욕탕 의자에 쭈구려 앉아서 갈겨대던 게임기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제일 사랑하는 엄마의 사진을 담고, 세월이 흐른 아빠의 운전 실력을 상기하며 당신의 사고방식이 달라진 것을 인지했습니다. 연락이 되질 않는 친구를 뒤로한 채 시내를 돌아다니다 외국인 친구와 대화하고, 술집에서 혼자 21000원 짜리 물회와 소주 한 병을 시켜 여행하는 시간은 분명 당신이었고, 늦은 친구와 망설임 없이 달리는 것은 더더욱 온전한 당신이었습니다.

기억해내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공간들을 물방울 하나로 채웠던, 크고 유일한 목소리로 느낌을 노래했던 순간들을요. 전혀 어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이상함은 어색함이고, 부끄러움은 익숙하지 않음이니까요. 우스꽝스러움은 개성이 되고, 가방 안 쏟아진 향수처럼 향기로운 가방이 될겁니다. 모든 직업은 당신이 가지면 가지는대로 귀천이 없어지고, 많은 옷들은 당신이 입으면 입는대로 가죽이 될겁니다.

기승전결은 없습니다. 모든 끝은 시작이고, 기승전 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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