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따른 애정

by 장지영

까칠까칠한 수염. 보일락 말락 빼꼼 나오려는 콧구멍에 털 한가닥. 익숙하지 않은 체취에 모르는 새 호흡의 양이 줄어든다. 섬세하지 않은 사람. 눈을 마주치려하지 않는 나는 직감적으로 그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 대화는 한 두마디가 오고 가다 침묵의 시간이 반복된다. 꼭두각시가 된 나는 검은색 실에 이끌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뒷 자리로 향한다. 그는 나를 인식한지 모르겠으나 아무말 없이 창문을 보며 옅은 미소를 띄고 있는 것을 보면 괜찮은 것이 분명하다. 자리에 앉아 참았던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면 큰 산의 정상에 선듯 편안한 이완 상태가 된다. 소리는 멀어지고, 잔잔히 들려오는 엔진 진동음에 익숙해져 고개를 젖힌다.

시간이 지나 다수의 군중 속 그의 얼굴을 봤을 때, 그가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 걸음걸이를 봤을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생각을 서스럼 없이 이야기했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는 외진 곳 멀리서 담배를 피고 있었을 때.

마지막 날 나는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잘 보이지 않는 그의 뒷통수를 바라봤고, 똑같은 엔진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그의 수염을 만지고, 콧털을 보며 꺽꺽대며 숨쉬지 못할 만큼 웃고있는 내 모습이 보이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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