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이해

by 장지영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모두가 영원하지 않다.

상실을 겪는 사람은 무력하다.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럴 의지조차 상실한다.


삶에서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삶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가져다준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 형태가 어떻든, 모든 사람은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사랑의 무게는 무겁지만, 물리적인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에 언제나 망각하고 착각한다.

저울의 무게는 언제나 기울어져 있었다. 기울어져 있는 축에서 다른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난, 사랑이라는 존재에 무지했다.


엄마는 항상 표현을 잘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날 자주 안아줬다. 아침마다 다양한 메뉴로 오마카세처럼 음식을 해줬고, 내가 먹기 싫어할 때는 나에게 숟가락 비행기를 해줬다. 난 입을 방패 삼아 닫으며, 대게 그 마음을 외면했다. 비행기를 닮은 : 창과 방패의 대결이 끝나고 나면 학교에 출근하면서, 짝꿍을 생각했다. 당시 같은 반의 내 짝꿍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일상의 모든 관심은 그녀에게 있었다.

난 사랑에 대해 판단한다. 그래서 때론 내가 모르는 사랑이 존재했다. 내가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때로, 단순한 관심이거나 혼자만의 바램.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 달 뒤에야 중환자실에 입원한 엄마를 만나러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엄마의 몰골은 충격적이었다. 티비에서나 보던, 사고를 당한 사람의 모습이 내 엄마라고? 유니세프 광고에서, 인간극장에서나 나오던 그런 모습이 진짜 내 엄마라고? 엄마가 안아보자고 해서, 엄마 얼굴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안았다. 분명 어린 마음에 무서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 사람이 나의 엄마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분명, 얼떨떨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일 것이다. 현실감이 없었다. 그래서 난 울지 않았다. 아니, 전혀 슬프지 않았다.


이후로 누군가가 나를 떠나려고 하면 그 사람을 잡지 않으려 했다. 감정은 일시적으로 멈추고,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놓고 싶지 않아도, 온 힘을 다해서 냉정해졌다. 하지만 쌓였던 감정은 언젠가, 눈물샘의 공간을 꽉 채운채 날 잠에서 깨웠다. 울면서 잠에서 깨어, 화장실로 가 울고 있는 나의 얼굴을 바라보면 그렇게나 슬퍼 보이는 인간이 없다.

알고 있었다. 그 사건으로 처음 그녀의 부재를 생각하게 되었을 때, 작별에 대한 결핍이 생긴 것이었다. 나라는 사람이 버티기 어려워서, 누군가 떠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생긴 자기 방어기제였다.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그 몸의 상태는, 보편적으로 작동하진 않았다. 당시엔 이상하긴 하지만 정상적이진 않다고 생각하지 말자, 했었다. 내 몸도 정신도 힘들어서 그럴 테니까, 했었다. ‘죽음’이라는 존재와 조금은 친해지지 않았을까.. 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그 이후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언젠가는 또는 언제든지 주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했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항상 의지했던 태도에서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바뀌었다. 모두에게 더 잘해야겠다- 와 같은 단순한 다짐이라기 보단 소중한 존재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가지고 가려 했다. 상대방이 사라져도 후회 없도록, 누구보다 열애(熱愛)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어떤 것이 언제든지 부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렇게 나에게 현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러다가는 그러한 결핍이 나의 세계관이 되었다. 모든 것은 물질로서 존재하고, 지구 내 존재 양식의 변화로 유지되니, 엄마가 죽어도 어차피 어떠한 물질로써 지구 내에 존재하고 있으며, 함께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단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이 있을 뿐이고, 죽음은 영원한 안녕이 아니라, 영원(永遠)일지도 모른다고.


물론 나의 방어기제가 누가 보아도 긍정적이진 않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이 감정과 느낌은 나만이 느낄 수 있었던 것임은 분명하다고 위로한다.

누군가 나를 떠나려고 하면 잠깐 멀어지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같은 공간(지구)에서 각자 열심히 살아가다가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아주 잠깐일 뿐이라고, 스스로 되새긴다.

나의 방어기제는 아마 좁은 시야로 영원한 작별, 넓게는 공존(共存)일 것이다. 언제나, 작별이 나의 방어기제와 같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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