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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

#나이 듦

   이현우

내 나이가 몇 살이든
내 모습이 반갑고 정겹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도자기를 빚듯 내 안의 나를
빗는 일,
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적금통장
밀리고 밀려도 한 번은 내야 하는
세금영수증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연극 끝나고 맞이하는 넉넉한 노을
지우려 애써도 지울 수 없는 문신
첫사랑을 부르는 미스터 트롯 왕중왕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이테만큼 새겨진 눈금만큼이나
세월의 흔적 손 흔들어 아니라며
부끄러워 도망갈 수 없는 일이기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했음을 일기장에
담담하게 고백하는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냥 그렇게
병들고 나약해진다는 것 일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욕심의 날개 거두어 넉넉해지고 헐렁해져서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는 나를 만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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