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같은 친구
이현우
목마름에 지쳐가는 영혼
힘이 빠지고 일이 안 풀릴 때
인심좋은 단골집 맥주통에
수도꼭지가 열리기 시작한다
위하여, 건배! 건배!
누구 누구의 위장을 위하여
깔깔거리며 어깨를 두드린다
카하, 아찔한 번지점프하듯
목구멍을 타고 시원하게
폭포수가 쏫아진다
거품이 입가에 묻어
듬성 듬성 흰 거품의 할아버지
마주보고 박수치며 웃는다
부딪치는 우정 포근히 감싸고
지난 날 괴로운 심정 나누어 마신다
언제나 시원한 맥주같은 오랜 친구
잘익은 술과 안주되어 어울어지면
잠못들게 하는 무더위같은 외로움
긴 긴 여름밤 슬픈 현실도 술술 넘기며
꼬박 꼬박 잠이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