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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糞)의 역설

#분(糞)의 역설
            


               이현우


깨끗한 듯 고상한 듯 뽐을 잡아도
배고픔은 파도같이 밀려들어 터진 입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 패러독스

악취만큼이나 정직하게 이어진 오장육부 역사 속을 헤매다 시궁창 속보다도 냄새나는 현실 속에서 인내하며 잘린 욕심을 부수어 부패한 양심은 아나콘다처럼  자존심을 집어삼킨다

아! 미련하게도 창자의 길이만큼이나 꾸억 꾸억 삼키고도 미안한 줄도 모르는 이기심은 국회의원들의 금배지만큼이나 부끄러운 과거의 아드레날린이다
 
온갖  더럽다는 비난의 욕설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비워내려는 자아는
마지막 남은 신음이다
이제 도망가고 싶다 소리치는 너는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 눈곱만큼도
너희 족보는 한심한 이중인격이다

모든 고통과 슬픔을 발효시켜 영양을
공급시키며 건강을 주었으나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찌꺼기로 취급당하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떠나는 뒷모습 바라보며 세상 사람들 비난한다 할지라도 너의 인격으로 나를 욕할 자격이 있는지 비밀 청문회를

열고 싶다

기나긴 터널 속 소화액을 뒤집어쓰고
구비구비 몸속을 청소하며 탈출하지 않는다면 너희 족속들은 나를 나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한 순간도 살 수도 없는 나약한 존재들이다

구석구석 떠돌며 깨끗이 비워내면서도
물벼락을 맞으며 사라져야 하는 *파두(fado)의 외침

이미 달나라다
힘들고 냄새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청소부가 된 성자의 마음으로

뒤돌아서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삶의 가치
짧지만 큰 기쁨 동동거리며 불안한 세상에서 시원하게

살아 볼 일 아니겠는가



* fado~ ''어두운 숙명'' 이탈리아 칸소네의 노래의 한 장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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