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같은 시



이현우



허무한 삶을 깨우는 먹먹한 기도

오래된 통나무 술이 익어가듯

밤을 새우며 글을 짓는 일이다

지난날에 대한 반성 아닌 반성들은

내가 나를 내려놓는 느낌표, 물음표, 쉼표

마스크로 가려진 현실의 비상구 아닌가

낙엽처럼 네모란 지면 위를 나뒹구는

초라한 시인의 바바리코트 투명 지갑은

누구나 돈을 벌 수 없다며 비웃는다


어떤 무의미한 변명과 가설에도

상관이 없다는 듯한 무표정은

붉게 감기는 와인 한 잔 의지하며

가을빛으로 익어가는 시어를 줍는다


언젠가 다시 떠오르고 떠올라

목마르게 타오르는 태양을 그리며

그 누군가를 위한 달콤한 프러포즈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고 다시 시작되는

가까이 두고도 읽고 싶은

문득문득 가슴 적시는

붉은 문신같은 노스털지어

지울 수 없는 낭만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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