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

        (부제:리모컨)

               



           이현우


두 손을 뻗어도 붙잡을 수 없는 네모난 미래 아라비아 숫자, 기호, 이모티콘

이리저리 심심한 날의 여유를 콕콕 검색해본다


연예인들의 수많은 가십거리들을 뒤로한 채 망설임 없이 지워지지 않은

막장드라마를 더듬으며 공허한 여백을 채운다


변덕스럽게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수고로움 한가로이 꾹꾹 눌러본다

따뜻한 배려에 귀한 대접받은 아라비아의 왕처럼 편안함이 밀려든다


신기하고 재주가 많은 심부름센터 할 일 많은 세상을 해결하는 마술사

 하나하나 확인하며 쓰지 못하는 기억하기 싫은 초라한 현실을 지운다


필요할 땐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애원하다가도 실컷 부려먹고

 아무 관심 없는 듯

무심하게 툭 던져버리고는 사냥개처럼 방안을 두리번두리번 끙끙거린다


도망가버린 한심한 자존심은 꼼짝달싹 하기 싫은 현실 앞에서 불평하며

못 살겠다 한숨 푹푹 내쉬다가 망각의 늪에서 아우성친다


이미 지워져 버려 가물가물한  과거의 흔적을 뒤척이며 연속극 시간

놓쳤다며 버럭 하는 큰소리는 허공을 파고든다


알 수 없는 거래소 잠들어 숨은 비트코인 열린 바다 찾을 수 없는

지갑 속 메타버스의 아바타  희미한 기억 저 편 뒤안길에서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11시 막차,  손 흔들며 떠나가는 천안행

잃어버린 기차 승차권처럼 안타까운 시간의 그림자를 더듬는다


소리 없이 왔다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무정한 안개처럼 꿈길을 헤맨다

귓가에 벨소리 춤춘다. 잠들지 않는 사랑  울린 듯 울리지 않은 듯...

말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