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제재(題材)에 관한 상징적 사유

◈시의 제재(題材)에 관한 상징적 사유

이근모(시인)


시의 제재란 시 작품에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선택되는 이야기의 재료를 뜻한다. 따라서 시인이 제제에서 탐색하는 시적 상상력은 무한하다. 이 무한한 상상력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유를 지적인 시 정신으로 전환되면서 발현하는 시적 진실이다. 이러한 시적 진실의 지향적 사유는 존재를 인식하거나 성찰하는 고차원의 사고로 그 시적 발상이 제재에서 찾는 외적인 사항과 시인의 내면에 잠재한 내적인 사항에서 이루어지지만, 외적인 제재와 내적인 관념이 잘 버무려져서 시의 속성 아름다움과 진실이 창작될 때, 우리는 시적이라 말하고 이미지 묘사를 통하여 전달되는 메시지에 감동을 받는다.

오늘날의 현대시는 제재가 되는 사물을 자신의 내면에 앉혀서 내적 인격으로 동일시하고 반대로 시인 자신이 제재 속으로 들어가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동화¹⁾와 투사²⁾를 비빔밥처럼 버무리는 것을 창작 응용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


문학밴드 시와 이야기와 시학과시 작가 회 밴드에 올려 진 시 중에서 제재에 관한 상징적 사유를 담긴 시, 각 1 편을 골라 제재에 대한 사물에 어떻게 동화되고 투사되고 있는가를 살피면서 감상해 보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던 사람은/ 만나서 가슴 따스한/ 눈물이더라// 풀벌레 소리/ 몇몇 날이고 잉잉대는 바람에 실려/ 아슴아슴/ 풀잎 사이로 떠오르는// 저 달,/ 달 좀 보아!// 흩날림도 없이/ 그대/ 울음 빛 고운 들녘에 서서// 그리움// 달은 암만 밝아도/ 가슴에 차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서/ 가슴 따스한 눈물이더니


-전진의 「달」 전문


이 시에서 ‘달’ 이라는 제재는 시인과 동화되고 있다. 그것을 시인은 ‘가슴’이며 ‘눈물’이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투사하고 있다. 달이 갖는 상징과 비유를 전진 시인의 개인적 상징으로 형상화해서 달밤의 그리움 서정을 묘사하고 있다. “저 달, 달 좀 보아 달은 암만 밝아도 가슴에 차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서 가슴 따뜻한 눈물이더니” 언술은 그의 내면 의식이 이미 달이라는 제제와 동화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하나의 제재에서 추출한 이미지가 존재의 문제까지 승화 할 수 있다는 것은 시 창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제재가 되는 사물의 특징을 잘 살려서 그것이 포괄하는 상징과 이미지를 조화롭게 조합하는 것은 현대시가 지향하는 표현 방식이며 인간과 공존의 시적 구도를 형성시킴으로써 시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게 한다.



5월이 오면/ 여지없이 떠오르는/ 기막힌 추억// 찢어지게 가난했던 보릿고개/ 그때 그 시절/ 목척교 미군이 먹다 버린 꿀꿀이 죽// 5월이 오면/ 5월이 오기만하면 기다려지는/ 쌀밥 수북한 뽀얀 이팝나무// 배고팠던 밥상머리/ 아들 밥그릇 보리밥 수북 담고/ 당신 표정에는 무언가 숨겨 넣어// 마니 마니 머그라며/ 애써 나즈막이 쓴 웃음 짓던/ 울 엄니// 쌀밥(이팝) 그릇 엎어 놓은/ 이팝나무 꽃무리 응시하며/ 애써 눈시울 글썽이던 울 엄니// 이제 아흔을 넘어 백이 저 너머면서/ 칠십을 바라보는 이 자식이/ 밥 굶지 않나 조바심이 뿐이신 울 엄니// 돌아가신 뒤 애고애고 통곡해 봐야/ 메아리 없는 부질없는 허공/ 뜬구름 외식// 살아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는 게/ 다 쪼그라진 엄니께 드리는/ 최고의 포옹// 엄니!/ 지금 가요, 작은 아들 가요!/ 엄니! 울 엄니!


-윤기관의 「이팝나무 꽃」 전문


시상의 전개 매끄러움에 살짝 손이 필요하지만 시인이 제재에 동화되고 투사되는 서정의 감상은 충분히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팝나무 꽃에서 유추하는 영상 작용을 쌀밥과 어머니의 형상으로 묘사되는 언술이 넋두리 같으면서도 넋두리가 아닌 제재에 동화된 시인의 서정을 응축시키고 있다. 시속에 포괄되어 있는 보릿고개의 시공, 그 시공 속에서 진술되는 시인의 추억 고백을 통하여 시인의 진실이 적시되고 있다. 어머니 앞에 어느 누가 거짓을 진술 할 수 있을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팝나무 꽃을 통하여 삶의 진실에 동화하고 있는 언술에서 감성의 작용이 공감대를 형성 한다. 화자의 이야기가 아닌 시인의 직설적 언어의 묘사이지만 시인과 독자사이에 소통되는 정서가 영혼의 음악처럼 다가오기에 이시를 감상으로 쓰는 이유다.



지면 관계로 ‘시와 이야기’와 ‘시학과시 작가회’ 밴드에 마지막으로 올려진 시, 2편을 가지고 ‘시의 제재(題材)에 관한 상징적 사유’라는 주제로 나름의 소고를 올렸다.

어떤 사물을 소재로 하여 시를 창작할 때는 그 사물에 동화되고 투사함으로써 공감대가 형성 되는 좋은 시가 된다는 말과 함께 본 소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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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¹⁾ 同化(assimilation) 사물을 자신의 내부로 들여와서 내적인격으로 동일시 하는 것

투사²⁾ 投射(projection) 시인 자신이 사물속으로 흡인되어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것.


[참고문헌 시의 구도 김송배 저(2019. 도서출판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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