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구독경제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너 나 할 것 없이 구독경제에 뛰어들면서 ‘차별화’는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상품은 다양해지고 서비스는 빠르게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과거와 달라진 최신 구독경제 트렌드를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요즘에는 구독도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구독’이 인기다. 왼쪽은 맞춤형 영양제를 정기 배송해주는 모노랩스 ‘아이엠’, 오른쪽은 매월 전통주를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 ‘술담화’. (각 사 제공)
▶트렌드1. 알아서 척척 ‘큐레이션’
▷AI가 추천하는 식단·영양제·화장품
소비자가 선택한 상품만 정기 배송해주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에는 구독경제 업체에서 알아서 상품을 골라 보내준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과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이른바 ‘큐레이팅 구독’이다. 매번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뿐 아니라, 선택 장애에 따른 스트레스도 해결할 수 있다.
큐레이팅 구독은 건강관리를 돕는 ‘헬스케어’ 영역에서 특히 활발하다. 환자에게 부족한 의학 전문성을 업체가 대신 채워주는 식이다. ‘닥터키친’이 대표적이다. 당뇨나 암 등 식이요법이 필요한 환자에게 맞춤형 식단을 정기 배송한다. 식단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등 전문기관과 함께 연구한다. 예를 들어 일반 당뇨·임신성 당뇨·당뇨 전 단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몸 상태에 맞는 재료와 성분이 들어간 요리를 특정 기간 동안 정기 구독하는 형태다.
영양제도 큐레이팅 시대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노랩스’가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아이엠’은 인공지능(AI)이 고객에게 필요한 영양제를 분석, 시간대별로 나눠 담아 개별 배송해준다. 모노랩스 홈페이지에서 알고리즘 기반 질문에 답변하면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영양제를 골라준다. 스타트업 케이위드가 제공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 ‘필리’도 비슷하다. 이용자의 생활 습관이나 건강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영양제를 배달한다.
다양한 샐러드 식단을 구성해 정기 배송해주는 기업도 있다. ‘스윗밸런스’는 1~3개월 단위로 자체 큐레이팅한 샐러드 식단을 배송한다. ‘비슷비슷한 메뉴 탓에 빨리 질린다’는 샐러드 구독의 한계를 다양한 메뉴 개발로 극복했다. 현재 스윗밸런스는 130종이 넘는 샐러드 식단을 갖췄다. 예를 들어 첫날에는 멕시코 비프타코 샐러드를, 둘째 날에는 닭가슴살과 오징어 포케 샐러드를, 셋째 날에는 소불고기 고구마 샐러드랩을 배송하는 식이다.
화장품도 맞춤형 구독 서비스가 있다. ‘톤28’은 고객 피부를 직접 측정한 뒤 현재 기후와 생활 습관 등을 반영해 매월 바르는 화장품을 배송한다. 2016년부터 쌓아온 고객 피부 데이터에 날씨·기후 빅데이터를 접목해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본인 취향을 잘 모르는 ‘취알못’을 위한 정기 배송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퍼플독’은 AI 기술을 활용해 알코올 도수, 타닌, 산도, 당도 등 구독자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별해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다. 최근에는 와인을 넘어 전통주 시장에도 구독경제가 도입됐다. ‘술담화’는 매월 큐레이션한 전통주를 랜덤박스로 구성해 고객에게 보내주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도 구독경제 기업에서 추천해준다. ‘플라이북’이 운영 중인 도서 정기 구독 멤버십 ‘플라이북 플러스’는 고객 취향을 분석해 저마다 다른 책을 매달 추천해준다. 추천 책과 함께 추천 이유를 담은 손글씨 엽서를 전달해 만족도를 높였다. 해당 책을 읽을 때 함께하면 좋은 음악이나 영화도 추천해준다.
▶트렌드2. 틈새시장 공략
▷친환경·펫푸드 등 이색 상품 ‘차별화’
구독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다루는 상품과 콘텐츠도 더욱 세분화되는 중이다. 기업들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겨냥해 저마다 이색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친환경’은 구독경제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닥터노아’는 기존 플라스틱 칫솔이 아닌 대나무 친환경 소재의 칫솔 구독 서비스를 한다. 치과 의사인 박근우 대표가 국내에서 직접 대나무 칫솔을 제조한다. 매번 칫솔을 바꿔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환경까지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해피문데이’는 유기농 생리대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체 개발한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일반 생리대와 비슷한 가격에 판다.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구독경제 장점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월경 관리 앱 ‘헤이문’에 본인 월경 주기를 기록하면 그때마다 생리대를 정기 배송해준다.
‘먹거리 구독’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제철 나물을 간편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게끔 당일 데친 나물을 배송해주는 ‘나물투데이’, 친환경 우렁이 농법으로 키운 쌀과 잡곡을 정기 배송해주는 ‘매일의 아침’, 쌀눈유·두유·콩 단백질 등 대체재를 사용해 만든 비건빵을 구독할 수 있는 ‘더브레드블루’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유식 구독 서비스’도 나왔다. ‘베이비본죽’은 고형식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이 월령에 따라 이유식을 6단계로 나눠 정기 배송해준다. 이유식 후 유아식에서도 세분화한 식단을 제공한다.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구독 서비스도 주목받는다. ‘리치즈박스’는 화학 첨가물이 없는 펫푸드를 정기 배송한다. GS리테일의 반려동물 버티컬 커머스 자회사 ‘어바웃펫’은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과 장난감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가사노동’ 시장에도 색다른 구독 서비스가 잇달아 나오는 중이다. 월 정액제로 세탁물을 수거·배송하는 ‘런드리고’, 집과 사무실을 청소해주는 ‘청소연구소’는 이제 회원이 수십만 명이 넘는 대중적인 구독경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쓰레기 처리 대행’을 구독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미고’는 고객이 쓰레기를 문 앞에 모아두면 매니저가 분리수거부터 배출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등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가 포함된다.
▶트렌드3. 늘어나는 멤버십 혜택
▷네이버·쿠팡·신세계, 유통 공룡 ‘격전’
구독경제는 크게 ‘정기 배송’과 ‘멤버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멤버십’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그에 맞는 여러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최근에는 네이버·쿠팡·신세계 등 여러 유통 공룡이 멤버십 시장에 모두 뛰어들 정도로 관심이 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마다 멤버십 혜택을 공격적으로 추가하는 트렌드가 포착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현재 누적 사용자 800만명을 돌파했다. 네이버쇼핑·예약·웹툰 등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적립할 수 있다. 효과도 뚜렷하다. 멤버십 가입 고객의 네이버쇼핑 결제액은 미가입 고객 대비 135% 많다.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40%는 멤버십 사용자를 통해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혜택도 추가했다. SPC그룹과 협업을 통해 멤버십 이용자가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 등에서 네이버페이로 현장 결제를 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최대 5%), 브랜드별 할인(최대 5%), 해피포인트 적립(최대 3%)의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멤버십 가입 시 OTT인 ‘티빙’과 ‘스포티비 나우’, 음원 서비스 ‘바이브’, 클라우드 서비스 ‘마이박스’에서 추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시작한 쿠팡 로켓배송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는 지난해 OTT ‘쿠팡플레이’ 이용 혜택을 추가로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로켓와우 멤버라면 무료로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뒤 회원 수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내한 경기 단독 중계와 경기 티켓 판매를 멤버십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등 차별성을 극대화했다. 덕분에 지난 6월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비를 기존 2900원에서 4900원으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회원 이탈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G마켓을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새롭게 선보인 ‘스마일클럽’도 혜택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G마켓·옥션 기반으로 운영해온 기존 스마일클럽을 쓱닷컴 멤버십과 통합했다. 덕분에 쓱배송 주문 때도 포인트를 최대 5% 적립할 수 있게 됐다. 향후에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그룹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해 멤버십 혜택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트렌드4. 구독 사업 추가 확장
▷면도날 팔던 와이즐리, ‘샴푸’까지
기존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던 업체들은 고객이 구독할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를 하나둘 늘리는 추세다.
국내 구독경제 선구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와이즐리’도 구독 아이템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2017년 면도날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작으로 이제는 스킨케어·두피케어·바디케어·덴탈케어·영양제·생리대 등 총 7개 브랜드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면도날과 함께 받아보면 좋은 샴푸나 로션, 치약·칫솔로 상품군을 넓혀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퍼블리’는 커리어 개발에 도움을 주는 콘텐츠 구독 멤버십인 ‘퍼블리 멤버십’으로 시작해 IT 업계 커리어 SNS ‘커리어리’, 스타트업 채용 SaaS ‘위하이어’까지 구독경제 영역을 확장했다. ‘커리어리’는 최근 회원 수 2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그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고객은 자신의 이력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심 분야나 유사 직무에 재직 중인 이들의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나아가 이직 기회도 제안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지원자와 채용 공고, 채용 사이트 제작까지 돕는 B2B 구독형 SaaS인 ‘위하이어’도 선보였다.
독서 플랫폼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전자책 구독에서 종이책 정기 구독까지 나섰다. 월 1만5900원을 내면 전자책 무제한 이용에 더해 두 달에 한 번 종이책 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형태다. ‘리디’는 도서를 넘어 애니메이션 구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각종 베스트셀러와 신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멤버십 ‘리디셀렉트’에 이어 2019년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 ‘라프텔’을 인수합병하며 콘텐츠를 다변화하는 중이다.
▶트렌드5. 슬기로운 구독생활
▷구독 관리 플랫폼에서 ‘한눈에’
구독 중인 서비스가 너무 많다 보니 ‘혼란’을 겪는 이용자도 많다. 본인이 어떤 구독 서비스를 몇 개나 이용 중인지, 또 매달 얼마를 내야 하는지 계산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독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구독 플랫폼’도 등장했다. 현재 이용 중인 구독 서비스를 알기 쉽게 한눈에 정리해주고 가입·해지까지 돕는다.
2020년 선보인 ‘왓섭’이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신용·체크카드나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매달 결제되는 구독 서비스를 한눈에 모아 보여준다.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 목록은 물론 결제 금액, 결제 예정일도 알려준다. ‘간편 해지’ 기능도 있다. 이용 중인 구독 서비스 웹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소비자 반응이 좋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도 구독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7월 이용자가 입맛에 맞게 서비스를 고를 수 있는 구독 서비스 ‘유독’을 선보였다. OTT·배달·식품·교육·쇼핑·청소 등 LG유플러스와 협업을 맺은 구독 서비스 31종 중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 구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월 이용료 부담도 줄였다. 하나의 구독 서비스만 선택해도 매월 최소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개 이상을 선택할 경우 할인율이 최대 50%까지 뛴다. 가입·해지도 편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연내 유독 고객이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100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쓱닷컴, 리디, 밀리의서재 등 기업은 물론 지역 특산물 구독 상품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