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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 고양이


*생선가게 고양이

        (퇴고)


                  

                이현우



꽃바람에 살랑살랑 꼬리 흔드는 골목대장

어슬렁 간지럼 태우는 봄볕 하품이 커진다

거드름 피우며 동네 마실 나온 낭만파 도둑

출출함 견딜 수 없는 거리의 청소부 하이에나

배가 나온 쓰레기통 뒤지는 낚시 은퇴하고 싶다

당당하게 발걸음 옮긴다 맛난 먹잇감 잔치집으로

가게 주인 보기 전에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눈에 띄면 몽둥이찜질을 당할 수 있다

두리번두리번 빨리 구석진 모퉁이 숨는다

들어가 가만가만 눈치를 살핀다

생선 자판 위에 꽁치, 갈치, 고등어, 오징어

움켜쥔 배 슬슬 군침이 돌기 시작이다.

나도 몰래 인간들이 부러워진다

신선한 생선 먹고 사니 말이다

돈 없이 뷔페식당에 온 기분이다

먹지도 않고 버리는 머리, 내장, 뼈와 가시

나에게는 훌륭한 한 끼의 식사인데 말이다

인정사정 두지 않고 잡아들인 바닷속 보물들

제대로 먹지도 않고 버리는 이기적인 사냥꾼들

한 마리 물고기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높은 파도와 싸우며 얼마나 참고 참아왔던가

태초에 하늘문이 열리고 천둥치 던 산고의 시간들

과식하며 버리는 생선가게 주인은 알 수 없어도

버린 음식을 뒤지며 사는 우리 마음 만은 천국이다.




*작가후기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들고양이들이 요즘 배가 불러 뒤둥 뒤 둥

걷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집니다 생선가게 고양이들이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 부족한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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