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이야기


이현우


1

길게 서 있는 퇴근길 천안행 1호선 막차는 떠났다

친절한 미소 소믈리에 까베르네쇼비뇽 레드와인

춤추며 다가오는 네온사인 골목 와포바인 바텐더

달콤한 입술 주문하며 핑크빛 무도회 달밤 읊는다.


2

어리석게도 살아온 나를 버리지 못한 반성문

밀린 숙제 동그라미 그리듯 써 내려가는 자서전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내 청춘의 뒤안길에서

부끄럽게 올려놓은 알 수 없는 도공들의 조각들

깊어가는 가을밤 보들레르와 랭보를 그려본다



3

살아도 살아도 죽어도 다시 깨어나는 詩 같은 詩,

詩를 위해 詩가 되어버린 조선의 노래 백석의 영혼

그를 사랑한 길상사 불멸의 연인 자야의 한 줌의 詩

푸른 새벽 기다리던 달달한 시어들은 잘 익은 막걸리

군대 가는 아들 손을 흔들며 눈물 닦는 어머니 손수건


4

진한 감동 행과 행 사이의 떨어지지 않는 간극은

은유와 수사법 뛰어노는 시골 백일장 가장무도회

등짝을 맞으면서도 보고 싶은 동시상연 시네마천국

초보시인 낯설게 하기는 멍든 하늘의 고추잠자리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출판사 발행인의 원고마감일

끝낼 수는 없었다. 노란 하늘 배 아파 낳은 산고(産苦)는



*작가후기


''도서출판 "시와 이야기'' 와 시학과 시가 더욱 발전되시길 바라며

19호 편집을 끝내며 오래전 이근모선생님께 글을 배우며 처음으로

"시와 이야기" 동인지에 글을 올리던 생각을 하며 쓰게 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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