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흔히 삶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세상사가 고단하게 느껴질 때 왠지 사회 현상에서 일반적 가치관과 괴리를 느끼고 쓸쓸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을 때 패러디를 통하여 삶을 치유해 나간다.
패러디를 구현함에 있어서 음악으로, 그림으로, 무용으로, 연극으로 등 여러 가지 예술을 통하여 표현을 하는데 이를 문학으로도 표현하여 사회상을 풍자하거나 고된 주변을 정화하고 치유해 나간다.
이런 의미에서 먼저 패러디에 대한 개념 파악을 명확히 하고나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parody라는 개념 파악을 위해 먼저 국어사전에 실린 의미를 새겨보면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 또는 그렇게 쓴 작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패러디 하면 흔히 ‘당대 가치관의 허위를 풍자하고 폭로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것’을 의미한다. 패러디 작품이 자칫 잘못하면 표절이라는 것으로 다툼이 발생 할 수도 있는데 그 개념을 명확히 파악하고 나면 패러디와 표절은 확연히 구별 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언어로 패스티시(pastiche)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기존의 작품을 차용하거나 모방하는 기법’으로 패러디와 유사한 기법이지만 풍자나 희극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패러디와 다르고 표절 쪽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패러디 작품을 대하면 우리는 그 작품 안에서 웃음을 찾고 그 웃음 안에서 해학의 이치와 아울러 나름의 가치관을 찾고 정립한다고 할 수 있기에 이 패러디 작품 역시 우리의 삶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와이담에서도 패러디기법이 차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을 보아 왔다 이런 와이담들은 그 당시의 사회상을 풍자한 것이기에 자칫잘못하면 정치적, 또는 종교적 측면에서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이런 와이담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에겐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고 그런 사회에서 고통을 견디고 있는 사람에겐 위안 또는 위로가 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패러디에서도 한 편의 시가 탄생 된다는 것을 밝힌다.
임보시인의 시 <팬티>는 문정희 시인의 시 <치마>를 감상 하고 쓴 시로 이 역시 패러디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 두 편의 시를 먼저 소개 하고 결어를 서술 하고자 한다
치 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 티 / 임 보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 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이 두시에서 공통으로 쓰여지는 시어가 있다.
그것은 <대리석 기둥> <신전> <갯벌>등이 그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문정희 시인의 시에서 나오는 시어들을 임보 시인도 그 시어를 차용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시어를 표절 했다고 하지 않는다. 왜? 이는 표절이 아니고 패러디 이기 때문이다
어떤 시어를 놓고 표절 여부를 따질 때는 그 시의 시상과 전해지는 메시지를 놓고 판단 해야지 단순히 시어와 단어 하나만을가지고 문제 삼지 말라는 뜻으로 패러디에대한 개념을 소개한다
2015년 모신문사 신춘문예 당선작이 표절 시비로 당선이 취소 된 시를 보았다 그런데 그 시와 표절 당했다는 시를 보면 시어 그 자체가 하나도 같은 시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표절이라 하는 것은 시어의 도용이 아니라 표절시와 원작시의 이미지와 메시지가 너무나 일치 하기에 표절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알고 시를 쓰거나 감상에 참고 하시기 바라면서 본 소고를 마친다.
다음은 문정희 시인의 <남편>시를 패러디 한 나의 졸시 <아내>를 올려 함께 감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