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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학과 시


#문학강의


도치법 소고

이근모(시인)


시에서의 도치법에 관하여 문학 이론인양 강의 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도치법 하면 문자그대로 누구나 그 뜻과 의미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내가 이 도치법을 주재로 하여 강의랍시고 여기에 올리는가?

그것은 나름대로 의도하는바가 있기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치법은 그 개념 이나 도치요령에 관하여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시에서 도치법을 사용함으로 인하여 그려주는 이미지의 각인효과가 얼마나 커지고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가 하는 것에 중점을두고 이에대한 효과를 측정해 보자는 의도에서 본주제를 강의 주제로 설정한 것이다.


우리 문학의 정서는 한의 노래로 민족 고유의 가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서를 주된 시로하는 시가 운율적 가락에 맞추어 창작하면서 도치법이 많이 활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의 대표적 시가 김소월의 시 <길> 과 <진달래>이다


김소월의 시 길을 가만히 읊어보면 우리 민족 고유의 3,4조 가락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습니다

이가락 즉 운율을 보면 고려속요 가시리의 운율을 그대로 재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정서의 운율인 7.5조 가락의 운율인 진달래와 길 이라고 하는 이 시에서 공통점의 시 창작 기법이 있다 아마도 이 기법 때문에 <진달래> 시와 <길> 이라는 시가 운율적 감각을 더해 주어 독자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 기법 이란 바로 도치법이다

어순에서 낱말의 위치를 앞뒤로 바뀌어 놓은 것이다


진달래 에서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고

길에서는 제일 끝행의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이다


이 두편의 시가 시의 끝행에서 도치법으로 이루어 졌기에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효과를 극대화 했다 할 수 있다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리오리다> 가 바른 어순인데

눈물과 아니의 위치를 바꾸어, 즉 도치시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로 표현함으로써 즉 아니를 먼저 내세움으로써 눈물 흘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 되었고


길의 시 끝행 역시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에서 바른 어순은

<내게 갈 길은 바이 하나없소>인데 갈 길과 바이를 도치 시켜서 없다는 의미를 강하게 강조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이는 전혀 라는 뜻으로 풀어서 쓰면 내게 전혀 갈 길은 하나 없소이고 이의 바른 어순은

내게 갈 길은 전혀 하나 없소이다.


시작에서 도치법 활용의 기법을 적절히 사용 할줄 알 때 그 시에서 전해지는 메시지의 강도는 이렇듯 달라진다


단순히 좋은시라 해서 감상 만으로 끝내지 마시고 그 시에 깔린 여러 의미들을 파악 하면서 감상 하면 어느사이 자신도 모르게 시인의 반열에 우뚝 서게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바람의 주소 / 이근모


바람은 간혹

햇살의 품에서 벗어나

연체동물 같은 허리로 바위를 애무한다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는 육체

찬 겨울 눈송이 휘날리듯 떨리는 느낌에서

너의 존재를 알 수 있을 뿐이다

흐느적거리면서도 뼈대를 내세우는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투명체


그런 네 투명체 속에 뛰어들어

나 또한 투명한 사랑이 되고 싶다


때로는 어루만지고 때로는 격정으로 출렁이며

나의 육체를 베여도 나의 영혼을 베여도

아프지 않은 그냥 길 나는 데로 달려가는

그런 혼꽃이고 싶다


생의 항로 어디라도 뻗을 수 있어도

주거부정이 아닌

유연한 골격의 눈물을 한 움큼씩 뿌려주고


회오리바람처럼 솟구치는 울음이 숙성되어

격정으로 반짝일 때

우주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 속삭이는 기척

어디라도 돌아갈 수 있다지만

가끔은 앞을 가로막는 벽을 무너뜨려야 하는 마음

본의든 본의 아니든 아픈 바람의 가슴이

뚝뚝 피를 흘린다


형체를 숨겨도 흐르는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네게 향한 내 마음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스산한 사랑 한 잎

피 흘리는 바람의 주소를 물고

황량한 들녘을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위의 시 나의졸시는 도치법 설명시 예를 든 김소월의 시와 비교하면 그 시적 감동이 떨어지겠지만 이시에도 도치법을 활용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느껴보시라고 올렸다.


제6연의 아래 두번째 줄<아픈 바람의 가슴>이다.

어순대로 표현한다면 <바람의 아픈 가슴>이지만

아픔의 정도를 가슴에 한정치 않고 바람의 아픔이라는 전체적 수식을 위해 바람의 아픈 가슴을 아픈 바람의 가슴으로 도치 시킨것이다.

이렇듯 미미한 표현이 감상에서 나타나는 느낌 효과는 도치시킬 때와 도치시키지 않을 때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상으로 도치법에 관한 소고를 마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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