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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적 인생을 가로지른 시의 원형/이현우

#수필/칼럼

산문적 인생을 가로지른 시의 원형/이현우



세상은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거대한 오케스트라입니다. 각 악기가 자신의 자리에서 고유한 음을 내듯, 자연과 인간 역시 서로 다른 영역에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조화로운 하모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단순히 배경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감싸는 거대한 교향곡입니다. 풀잎 위를 스치는 바람소리, 나뭇잎 사이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우리 삶을 지탱하는 리듬이자 선율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이 하모니를 깊이 들여다볼 때, 인생은 산문에서 시로 변모합니다.


풀잎 위를 스치는 바람소리는 자연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음표와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연을 무심코 지나치지만, 자연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않습니다. 숲 속의 울림은 우리가 가진 심장의 박동과 닮아 있습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는 우리 몸속 혈관을 따라 흐르는 생명의 리듬과 같습니다. 이처럼 자연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우리와 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소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감각을 깨우는 도구입니다.


자연은 멈추지 않는 호흡을 통해 우리와 연결됩니다. 촉촉한 비가 대지에 닿는 소리는 생명을 공급하는 리듬이 되고, 그 리듬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연과 동화됩니다. 인간은 때로 자신이 자연을 지배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악보 속에 있는 작은 선율에 불과합니다. 자연의 하모니 속에서 인간이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온전히 다가옵니다. 우리는 피아노처럼 부드러운 구름의 움직임 속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바이올린처럼 떨리는 나뭇잎의 떨림 속에서 인생의 섬세한 순간을 감지합니다. 인간과 자연이 맞닿을 때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조화를 이룹니다.


음악은 인간이 만든 언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이 창조한, 가장 원초적인 소통의 도구입니다. 자연과 인간은 음악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습니다. 풀벌레 소리, 계곡의 물소리, 새들의 지저귐 등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삶의 균형을 이루는 원동력입니다. 자연의 음악을 귀 기울여 들을 때, 우리는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오케스트라의 뒷모습을 발견합니다.

자연은 단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일깨우는 교사와 같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들리는 음을 넘어 마음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자연의 음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중요한 한 음표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자체가 거대한 오케스트라임을 알게 됩니다. 인간은 그 속에서 하나의 작은 악기일 뿐입니다. 우리의 소리가 비록 작고 연약할지라도,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은 전체 하모니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뛰어넘어 존재의 본질을 노래합니다.

우리는 종종 바쁘다는 이유로 자연의 소리를 놓치고, 그것이 주는 깨달음을 잊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우리의 삶은 시가 됩니다. 산문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할 때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 음악은 결국 하나입니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세상은 비로소 완전한 하모니를 이루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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