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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속 구글 제미나이: AI 패권 전쟁”


“아이폰 속 구글 제미나이: AI 패권 전쟁”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AI 생태계의 전면전, 애플과 구글의 '시리 재편' 협상


2025년의 시작과 함께, 글로벌 테크 산업에 충격을 던진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구글이 자사의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애플 아이폰의 시리(Siri)에 통합하려는 협상에 나섰다는 점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직접 밝힌 이 내용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AI 생태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되었음을 알린다.


이전까지 시리는 독자적인 애플 기술로 개발되어왔고, 오픈AI의 챗GPT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AI의 자연어 처리 능력과 대화형 모델이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애플도 더 이상 독자 기술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외부 AI 기술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그 파트너로 구글의 제미나이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애플의 입장에서는 사용자 경험 개선이라는 선택일 수 있지만, 구글에게는 훨씬 전략적인 수다. 오픈AI가 챗GPT로 AI 검색 시장에서 구글을 위협하는 지금, 구글은 자사의 AI 플랫폼이 더 널리 쓰이게 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넓히고자 한다. 아이폰이라는 ‘세계 최고 가치의 소비자 하드웨어’를 발판 삼는다는 점에서, 이는 구글에게 엄청난 도약이 될 수 있다.



시리의 변화, 제미나이와 챗GPT의 격돌


제미나이의 시리 탑재가 현실화된다면, 사용자에게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음성 비서의 ‘지능’이다. 현재 시리는 단순한 명령 수행과 정보 제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제미나이가 결합된다면 자연어 이해와 대화 능력, 검색 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음성 비서가 아닌 ‘개인 맞춤형 AI 조수’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진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이미 스마트폰, 웹, 업무툴 등 다양한 분야에 들어서고 있다. 만약 애플이 챗GPT가 아닌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AI 산업 내 연합 구도가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다. 즉, 애플-구글 동맹 vs.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연합의 AI 대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플랫폼 종속성과 데이터 독점이라는 이중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AI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되느냐에 따라 사용자 경험, 검색 결과, 광고 노출 방식까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더 ‘지능적’이고 ‘개방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AI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구글의 검색 데이터 문제와 독점 논란


이번 협상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같은 날 진행된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재판 때문이다. 피차이 CEO는 증인으로 출석해, 구글이 AI 시장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오픈AI에 비해 뒤처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폰에도 아직 제미나이가 탑재되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AI 경쟁의 불균형을 강조했다.


이 증언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검색 사업 분리’ 논의가 있다. 구글이 방대한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법무부는 구글의 데이터를 외부 기업들과 공유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에 대해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AI는 데이터가 곧 생명이다. 구글의 경우 수십억 명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사용자 행동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와 콘텐츠를 최적화해왔다. 만약 이 데이터에 외부 기업들도 접근하게 된다면, 구글의 핵심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구글이 독점적으로 데이터를 쌓아가는 지금의 구조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AI 광고의 미래와 사용자 중심의 AI 생태계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에 광고를 결합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AI를 통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광고를 노출시키는 모델이다. 쉽게 말해, “나에게 어울리는 운동화를 추천해줘”라는 질문에, 실제 브랜드 광고가 AI 대답 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광고’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상업화된 AI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사용자 경험의 순수성, AI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함께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AI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 발전에 그치지 않는다. 플랫폼 간 경쟁, 데이터의 공정한 활용,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설계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구글과 애플의 이번 협상은 이러한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통해, 앞으로 어떤 AI와 함께 살아가게 될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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