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두 축, ‘챗GPT’와 ‘코딩 AI’로 재편되는 기술 생태계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생성형 AI 시장의 재편, 두 얼굴의 부상
2025년, 생성형 AI 생태계는 확연한 변곡점에 도달했다. 한쪽에서는 사용자의 거의 대부분을 흡수한 범용 AI 챗봇, 특히 챗GPT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개발자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코드 AI가 독립적인 성장 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글로벌 웹 트래픽 분석 전문기관인 시밀러웹의 최근 보고서는 이런 이중 구조의 뚜렷한 양상을 통계로 보여준다.
챗GPT는 이미지 생성, 고급 API 기능, 자동화된 워크플로우 등 기능 다각화를 통해 단순한 대화형 AI를 넘어, 콘텐츠 생성, 검색, 요약, 분석, 창작 등의 전 영역에서 범용 도구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과거에는 글쓰기, 교육, 법률, 이미지 생성 등 전문 목적에 최적화된 AI 플랫폼들이 차지하던 시장의 다수를 단숨에 흡수하고 있다.
2. 코딩 AI, 생성형 AI의 핵심 축으로 부상
그러나 가장 주목할 변화는 개발자 중심의 ‘코딩 AI’ 분야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12주간 코딩 AI 분야의 사용량은 무려 75% 증가하며 전체 생성형 AI 카테고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스웨덴의 ‘러버블(Lovable)’은 전년 대비 207% 성장이라는 이례적인 수치를 보여주며 AI 기반 코드 보완 및 생성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개발 환경의 자동화, 코드 리뷰 시간 절약, 품질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 예컨대 코드 AI는 단순한 코드 보완을 넘어, 테스트 코드 작성, 에러 디버깅, 문서화, 심지어 개발자 간 협업의 언어까지 지원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전체 과정에 깊숙이 통합되고 있다.
3. 범용 챗봇의 확장과 전문 AI의 위축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분야의 전문 AI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듀테크 분야의 AI 사용량은 24% 감소했고, 법률 AI는 무려 73% 하락했다. 한때 창작 플랫폼의 대표주자였던 ‘재스퍼’, ‘워드튠’, ‘라이트’ 등도 사용자 이탈을 겪고 있으며, 이미지 생성 부문의 선두주자 미드저니 역시 현상 유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챗GPT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생성 기능까지 추가하면서, 각 기능별 전문 AI가 제공하던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별도의 플랫폼을 찾기보다는, 하나의 통합된 도구 내에서 대부분의 니즈를 해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통합형 슈퍼 AI 도구’로서의 챗GPT가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4. 위기의 AI와 기회의 AI: 그록과 코덱스
주목할 만한 사례는 일론 머스크가 직접 주도한 ‘그록’이다. 2025년 초,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챗봇이라는 수식어로 바이럴을 일으켰던 그록은 당시 100만% 성장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5월 초에는 성장률이 5200%로 급감하며 시장의 열기를 지속하지 못했다. 이는 콘텐츠 중심 AI에서 범용성과 기능 통합력이 부족할 경우, 급격히 소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오픈AI의 ‘코덱스(Codex)’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GPT-4.1 기반으로 통합된 이 코딩 에이전트는 AI 도우미가 아닌, 실제 ‘개발 동료’에 가까운 정교한 성능을 제공하며, 전통적인 IDE(통합 개발 환경)와 결합해 점차 표준화되어 가고 있다. 단순한 사용 트렌드를 넘어 개발 문화 자체의 변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동력이다.
5. 통합인가, 전문성인가: 생성형 AI의 미래
이제 생성형 AI 시장은 명확한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통합형 범용 AI의 패권, 다른 하나는 코드 중심으로 독립 진화하는 개발자 특화 AI의 부상이다. 이 양대 축 사이에서 중간 영역에 있던 교육, 법률, 창작, 디자인 등 전문 AI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밀러웹은 “챗GPT는 검색, 커뮤니티, 교육 플랫폼 등 다양한 전통 영역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으며, 이는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말은 곧 AI 플랫폼이 더 이상 ‘보조적 도구’가 아닌 ‘주력 인터페이스’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코드 AI는 통계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지적된다. 개발 환경에 통합된 만큼, 실제 사용량과 성장의 총량은 독립형 플랫폼 지표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AI의 판도는 다시 짜이고 있다.
기능의 통합성과 범용성을 앞세운 챗GPT가 대부분의 사용자를 흡수하는 동안, 특정한 문제 해결 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코드 AI는 생산성 중심의 실용 가치를 통해 또 하나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결국 미래의 AI는 ‘모두를 위한 하나’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각자의 목적에 맞는 AI’로 분화될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기술의 미래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