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의 미래를 여는 이름


"AI의 미래를 여는 이름

오픈AI의 전략적 공개 예고와 그 함의"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이름을 바꾸는 자가 혁신을 주도한다’ – 알트먼의 메시지


2025년 5월 16일,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자신의 X(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새로운 AI 모델 또는 시스템의 공개를 예고했다. 이 소식은 단순한 제품 출시의 소식이 아니다. “챗GPT보다 나은 이름을 붙이겠다”는 발언은, 단지 명명에 관한 것이 아니라 향후 오픈AI의 브랜드 전략, 기술 진화 방향, 나아가 인공지능의 패러다임 전환을 암시하는 철학적 선언이다. 이름은 기호가 아니라 ‘정체성’이며, 그 정체성은 사용자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알트먼이 이처럼 이름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가 아닌, AI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이끄는 핵심 축이 언어이자 명명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GPT-4.1과 GPT-4.5 사이의 이름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는 모델 이름을 고쳐, 모두가 즐거울 시간을 갖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오픈AI의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챗GPT를 넘는 명명은 곧 기존 모델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UX(User Experience)와 기술 철학이 녹아든 작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신호탄이다.



2. ‘예고된 깜짝 공개’의 전략 – 타이밍의 기술


이번 발표는 또 다른 점에서 주목을 끈다. 공개 시점이 구글 I/O 직전이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오픈AI는 구글 I/O 직전에 GPT-4o를 발표하며 AI 시장의 중심을 빼앗아 간 적이 있다. 당시 구글이 공들여 준비한 음성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의 빛을 일정 부분 가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에도 오픈AI는 비슷한 타이밍에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를 열며 ‘정보의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프리엠티브 스트라이크’ 전략이다. 경쟁사의 주력 기술이 나오기 직전에 더 강한 임팩트를 가진 모델 혹은 기능을 선보여 주도권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특히 AI 생태계는 속도보다 ‘인지도’와 ‘신뢰’가 더 큰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타이밍은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마케팅 무기가 된다. 오픈AI는 이번에도 그 전략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3. GPT-5인가, 오픈 웨이트 모델인가? 혹은 코딩 AI 에이전트인가?


관심은 곧 다가올 공개의 실체에 집중된다. 많은 분석은 이번 발표가 ‘GPT-5’ 혹은 ‘오픈 웨이트 모델’일 것이라 본다. GPT-4o가 공개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5세대의 등장은 시기상 빠르다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유출된 일부 테스트 자료나 샘 알트먼의 메시지, 그리고 ‘이름’에 집착하는 언급들을 종합할 때 ‘대형 모델의 정식 명명’이 포함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반면, 다른 유력한 시나리오는 코딩 전문 AI 에이전트의 공개다. 최근 디인포메이션 등의 보도에서 ‘개발자 전용 AI’가 테스트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개발 커뮤니티는 물론 일반 사용자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픈AI가 X 계정에서 “개발자 여러분, 알람을 설정하세요”라고 공지한 점은 이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준다. 코딩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자동완성 기능을 넘어서, 코드 구조를 이해하고 오류를 스스로 디버깅하며, 개발자와 협업하는 수준의 AI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툴의 진화를 넘어, 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 자체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코드를 이해하고, 구조화하며, 의도를 파악하는 시대는 인간과 기계의 ‘창작’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4. AI 네이밍 전쟁: ‘챗GPT’ 이후의 시대


알트먼의 “챗GPT보다 더 나은 이름을 붙이겠다”는 발언은, 현재의 챗GPT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피로도’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다. GPT는 기술명이며, 챗GPT는 기능 기반 명칭이다. 하지만 이제 AI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사람과 정서적, 창의적으로 교감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알렉사’, ‘시리’, ‘코타나’처럼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 시대처럼, 오픈AI도 감정과 연상,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네이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단지 제품명 변경이 아닌, ‘AI의 인간화’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등장할 이름은 인간과 AI가 더 깊게 연결될 수 있는 정서적 상징을 담게 될 것이다. 이름은 사용자의 기억에 남는 첫 접점이자, 기술의 성격을 반영하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픈AI의 다음 이름은 곧 다음 AI 시대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5. 마무리: AI 전쟁의 본질은 기술이 아닌 ‘기억’이다


2025년 봄, 오픈AI는 또 한 번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깜짝 발표는 단순한 모델 공개가 아닌, AI 기술의 새로운 ‘정체성 선언’이다. 이름을 새로 붙이겠다는 말은 곧 방향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이고, 경쟁사의 대형 행사 직전에 발표하는 방식은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은 언제나 진보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이름’에 머문다. 앞으로 오픈AI가 내놓을 이름이 무엇이든, 그것이 단지 GPT-5 이상의 성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공유하는 ‘미래의 언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AI의 진짜 전쟁은 알고리즘이 아닌 언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언어를 누가 먼저 명명하느냐가 시대의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챗GPT’와 ‘코딩 AI’로 재편되는 기술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