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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바이스 AI의 진화

온디바이스 AI의 진화

– 구글, ‘제미나이 나노’ API로 모바일 생성형 AI의 새 지평을 열다


글로벌연합대학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 클라우드 없이 작동하는 생성형 AI


2025년 5월, 구글은 온디바이스 AI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행보를 보여주었다. 바로 ‘제미나이 나노(Gemini Nano)’ 기반의 새로운 API 공개다. 이 API는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모바일 환경에서 클라우드 기반 AI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 업데이트는 ML 키트 SDK에 통합되어 제공되며, 텍스트 요약, 문장 수정, 재작성, 이미지 설명 등 고급 AI 기능을 인터넷 연결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기능은 지금까지 서버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의존해왔던 생성형 AI 서비스의 구조를 바꾸고,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AI코어의 역할과 제미나이 나노의 구조


이 새로운 기능은 안드로이드의 시스템 서비스인 ‘AI코어(AICore)’를 통해 실행된다. AI코어는 온디바이스 AI 모델의 추론 과정을 하드웨어 기반으로 가속화하며, 필터링, 모델 업데이트 등까지 담당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코어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지 않고도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데이터 주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현재의 기술 환경에서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


제미나이 나노는 특히 경량화에 집중된 모델로, 다양한 기기에 맞춤형으로 탑재된다. 예를 들어, 100MB 수준의 '제미나이 나노 XS'는 중간급 기능을 수행하며, '픽셀 9a'에 탑재된 'XXS' 버전은 25MB 수준으로 경량화되었고 텍스트 처리에 특화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모델 크기와 성능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며, 기기별로 적정 수준의 생성형 AI 기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3. 온디바이스 AI의 현실적 제약과 기술적 타협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제미나이 나노가 제공하는 요약 기능은 현재 최대 세 개 항목으로 제한되며, 이미지 설명도 영어로만 가능하다. 이는 온디바이스 AI가 클라우드 대비 연산 능력에서 뒤처진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글은 이러한 한계를 '지속적인 개선'이라는 방향성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특히 다양한 기기에 맞는 맞춤형 제미나이 나노 버전을 개발하여, 각 기기의 성능과 사용 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려는 전략이 돋보인다. 이는 성능 제한을 불가피한 타협이 아닌, 사용자 경험 중심의 설계 철학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4. 생태계 확장 전략: 픽셀을 넘어 삼성·샤오미까지


이번 API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특정 기종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성이다. 구글은 ‘제미나이 나노’를 자사의 픽셀 시리즈에만 제한하지 않고, 삼성의 ‘갤럭시 S25’, 샤오미의 ‘15 시리즈’, 오포의 ‘원플러스 13’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닌, 구글 생태계의 AI 중심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유하는 기기들이 AI코어를 중심으로 같은 플랫폼 기반의 생성형 AI 기능을 갖추게 되면, 구글은 소프트웨어 통일성과 AI 기술 우위를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이는 안드로이드 진영 전반에 강력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5. 미래를 향한 설계: 구글 I/O의 비전과 산업적 파장


구글은 개발자 컨퍼런스 ‘I/O’에서 ‘Gemini Nano on Android’ 세션을 통해 이 API가 제공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시연할 예정이다. 요약, 문장 수정, 이미지 설명과 같은 기능이 구체적인 코드 예시와 함께 소개될 예정이며, 이는 향후 수많은 개발자들이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자사 앱에 접목하게 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발표는 단순한 API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AI가 클라우드에서 기기로, 그리고 기기에서 사람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대적 흐름의 신호탄이다. AI의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며, 에너지 효율성과 응답 속도를 높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


구글의 ‘제미나이 나노’ API 공개는 모바일 환경에서의 AI 혁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시도로 평가된다. 온디바이스에서 동작하는 생성형 AI 기능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실시간 응답성, 배터리 효율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강력한 장점을 지닌다. 제한적인 성능에도 불구하고, 그 확장성과 산업적 파급력은 분명히 크다.


이제 우리는 ‘클라우드 AI 시대’에서 ‘기기 중심 AI 시대’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구글이 선보인 이 작은 API는 그 변화의 커다란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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