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vs 지능: MS와 구글의 AI 전략 대격돌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AI 시대, 방향이 갈라지는 두 거인
2025년 5월, AI 생태계를 이끄는 양대 산맥,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각각의 연례 행사인 ‘빌드(Build)’와 ‘I/O’를 통해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챗GPT의 등장이 3년을 넘긴 지금,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양사는 AI 시대를 어떻게 주도할지를 명확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AI를 둘러싼 ‘플랫폼 전략’과 ‘AGI(인공일반지능) 전략’이라는 각기 다른 비전을 공개하며 경쟁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정립했다.
MS는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를 중심으로, 오픈AI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AI 플랫폼’을 선언했다. 반면 구글은 ‘제미나이’ 모델과 멀티모달 기술을 중심으로 AGI로 향하는 도전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향후 글로벌 AI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MS - 인프라 중심의 개방형 AI 플랫폼 선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빌드 2025에서 단순한 AI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AI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분명히 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키노트를 통해 "하나의 도구나 하나의 에이전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 함께 만드는 플랫폼"을 언급하며, 개방성과 확장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도 상당하다. MS는 현재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으로, 지난해만 해도 엔비디아 총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칩을 구매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오픈AI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xAI ‘그록(Grok)’까지 호스팅하며, 1900개 이상의 AI 모델을 애저에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에이전트 팩토리’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MS는 개발자들이 자율적으로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기업들은 이 위에서 자신만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구조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윈도우 시절의 운영체제 전략과 유사하지만, 모바일 시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완전히 개방된 생태계로 진화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구글 - AGI를 향한 멀티모달 전략 강화
구글은 이번 I/O 2025에서 검색에 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핵심 메시지는 AGI로 향하는 멀티모달 전략에 있었다. 딥마인드의 데이미 허사바스 CEO는 제미나이를 ‘완전한 월드모델’로 만드는 것을 명확한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닌, 환경을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이를 위한 핵심 도구로는 음성 기반 AI 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 동영상 기반 모델 ‘비오(Veo)’, 영화 제작 AI 도구 ‘플로우(Flow)’ 등이 있다. 이들 기술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구글이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AGI의 구현 수단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특히 세르게이 브린 창립자의 참여는 구글 내부에서도 AGI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AG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구글은 스마트 안경을 통한 대중화 전략과 사용자 데이터 수집을 통한 월드모델 훈련이라는 장기 계획을 병행하고 있다.
결론
플랫폼과 지능, 전략의 교차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두 기업이 지향하는 전략이 서로 충돌하는 듯하면서도, AI 생태계의 다른 축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MS는 개방성과 인프라를 통해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고, 다양한 에이전트 생성을 통해 B2B 시장을 공략한다. 반면 구글은 자사의 AI 비서를 전면에 내세워 수십억 명의 사용자와 직접 연결되는 B2C 중심의 지능화를 추진한다.
MS는 앱과 에이전트의 다양성과 확산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며, 구글은 AI 모델 자체의 지능과 자기개발 능력(Autonomy)을 강화해 AGI라는 최종 목표에 근접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클라우드 인프라, 하드웨어 장치, 소프트웨어 도구의 삼각축을 재편하며 영향력을 다져가고 있다.
AI 시대의 플랫폼 전쟁, 최종 승자는?
결국 이번 행사들은 단순한 기술 발표 이상의 메시지를 던졌다. MS는 오픈AI 의존에서 벗어나며 자신만의 AI 운영체제를 만들려는 모습이고, 구글은 AGI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멀티모달 기술을 중심으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의 지각 변동 가능성이다. 아직 AI 비전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못한 애플은 스마트 안경 개발로 늦게나마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플랫폼의 중심이 모바일에서 AI로 이동하는 지금,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위험에 처해 있다.
AI 플랫폼이 새로운 운영체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AGI가 혁신을 주도할 것인지. 이 거대한 전략의 충돌 속에서 진정한 승자는 사용자일지도 모른다.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지능형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는 시대, 선택의 중심은 ‘누구의 AI를 쓸 것인가’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