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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픈AI의 전략적 거점이 되다

서울, 오픈AI의 전략적 거점이 되다 – 글로벌 AI 패권경쟁 속 한국의 위치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서울에 들어선 '챗GPT의 지사'


2025년 5월, 인공지능(AI) 역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기록되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생성형 AI 모델인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공식적으로 서울에 지사를 설립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에 이어 챗GPT 유료 가입자 수 2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AI 거점 중 하나로 공식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픈AI가 서울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이는 ‘AI 패권’을 향한 세계적 경쟁 속에서 한국이 단순 소비국을 넘어 ‘전략적 창출자’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다.


AI 소비를 넘어 창출로 – 한국이 가진 기술 기반의 힘


오픈AI가 한국에 지사를 세운 이유는 단순히 유료 사용자 수 때문만은 아니다. 방한 중인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의 풀스택 AI 생태계는 실리콘에서 소프트웨어, 학생에서 노년층까지 의미 있는 AI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AI 기술 및 인프라가 단단히 구축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풀스택 AI 생태계’라는 표현은 AI의 가장 밑단인 반도체와 센서 기술부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 그리고 사회 각계의 활용 능력까지 총체적인 역량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강자,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 그리고 빠르게 디지털 수용을 확산시키는 시민 사회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기반 위에서 오픈AI는 단순 시장 진입이 아니라 ‘거점 구축’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이 단순 AI 이용국에서 벗어나 ‘AI 공동 창출국’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오픈AI는 카카오와 협력해 ‘한국형 AI’ 개발을 이미 공표한 바 있으며, 이는 향후 챗GPT의 언어·문화 적응력을 높이는 한편, 지역 맞춤형 AI 생성모델 개발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국가를 위한 오픈AI’와 한국의 전략적 위치


이번 오픈AI의 지사 설립은 단순한 사업 거점 확장이 아닌, ‘국가를 위한 오픈AI(Nations for OpenAI)’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 이니셔티브는 각국 정부 및 기업과 공동 투자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국가별 맞춤형 챗GPT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는 이에 동참해 독자적인 AI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의 참여는 이 프로젝트의 동아시아 핵심 기지로서의 역할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 수입의 단계를 넘어서게 만든다. 데이터 주권, 언어·문화 다양성, 인공지능 윤리 등의 문제가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AI의 지역화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또한 정치권과의 협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권 CSO는 방한 중 국내 정치 관계자들과 회동을 가질 예정인데, 이는 단순한 민간 파트너십을 넘어 정책 차원의 공동 의제 설정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향후 AI 인프라 투자, 데이터센터 구축, AI 윤리 및 안전 가이드라인 정비 등 다양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다.


AI 시대, 서울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서울에 설립된 오픈AI 지사는 단순한 영업 거점이 아니다. 이는 **전략적 창의허브(Creative Hub)**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기술 생태계가 집중된 서울은 교육, 연구, 산업이 한데 모여 있는 도시다. 따라서 이 지사는 향후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지화된 챗GPT 개발 및 피드백 센터

→ 한국어, 한국 문화, 정책 문맥을 반영한 챗GPT 알고리즘 개선이 가능해진다.


AI 인재 육성과 창업 플랫폼 허브

→ 국내 대학, AI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AI 생태계 전반에 파급력을 미친다.


동아시아 권역의 정책 연계 및 거버넌스 테스트베드

→ 윤리, 데이터, 안전성 등 국제적 AI 규범을 서울에서 시험해볼 수 있다.

결국 서울은 **AI 기술 실험장, 교육장, 정책장(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글로벌 AI 질서 형성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맺음말: AI의 수도, 서울을 향하여


이번 오픈AI의 서울 지사 설립은 **기술 중심의 진출이 아니라 ‘가치 중심의 동행’**이다. 챗GPT의 한국 유료 가입자 수가 세계 2위라는 통계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AI 수용에 적극적이고 빠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일 뿐이다. 오픈AI는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다.

앞으로 서울은 단순한 거점이 아닌, 생성형 AI의 문화적·정책적 미래를 실험하는 AI의 수도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선 정부, 기업, 교육기관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들의 데이터 감수성과 AI 리터러시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AI는 이제 코드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 문화, 제도, 윤리의 총체적 생태계의 문제다.

서울은 그 모든 요소가 교차하는 도시다. 그리고 오늘, 오픈AI는 그 가능성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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