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I 시대의 도래와 한국의 진로, 인공지능 문명의 전환점에서 전략을 묻다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새로운 시대의 인공지능, AJI(Artificial Jagged Intelligence)
2025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현시점의 인공지능을 ‘AJI(Artificial Jagged Intelligence)’로 명명했다. 이는 인간처럼 선형적으로 발전하는 존재가 아닌, ‘천재성과 오류가 공존’하는 불균형적인 AI의 특성을 반영한 표현이다. 우리는 지금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서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성능의 비약적 발전과 예기치 못한 한계는 AI를 단순한 기술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피차이의 언급은 현재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주체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전략에서 읽는 AI 문명의 흐름
AJI 개념과 인공지능 이해의 전환
“들쭉날쭉한 지능”이라는 표현은 현재 AI가 특정 분야에서는 놀라운 성과를 내지만, 동시에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는 이중성을 포착한다. 이는 AI 전략을 기존의 ‘기술 중심적 테스트 기반 고도화’가 아닌 ‘맥락 기반 최적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사용자가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단순 성능 향상을 넘어, 인간의 사고와 문화적 맥락에 맞춘 최적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토큰 폭발(Token Explosion)과 활용 확장
최근 구글의 Gemini AI가 기록한 토큰 사용량은 단 1년 만에 50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AI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생활,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현장에서의 AI 튜터, 공공 행정에서의 민원 자동화, 콘텐츠 생성에서의 글쓰기 보조 도구 등, ‘AI 응용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인류 문명의 도약을 이끄는 토대라 할 수 있다.
AGI 전 도달기, AJI의 가치 재조명
피차이 CEO는 “AGI가 오지 않더라도 충격적인 진보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단언한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AGI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과도한 투자를 감행하는 현실에 경고를 던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AJI 단계에서 최대한의 실용성을 끌어내는 전략이며, 이는 산업 정책과 교육 정책 전반에 걸친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는 ‘언젠가 올 미래’보다 ‘이미 도착한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
4대 혁신 분야와 AI의 문명적 역할
AI는 네 가지 주요 분야에서 문명의 전환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지식 접근성 향상. 이는 AI를 통한 정보의 민주화이며, 교육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과학 발견의 가속화.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패턴을 찾아냄으로써 인간의 인지 능력을 보완한다. 셋째, 기후 변화 대응. AI 기반 탄소 예측, 환경 감시 시스템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넷째, 경제 성장 촉진.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AI 도구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실질적 해법이다.
AI 윤리와 통제의 필요성
AI의 힘이 커질수록, 그 책임도 무거워진다. 콘텐츠 라벨링, 멸종 리스크 논의,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인간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따라서 각국은 AI 기술 발전과 함께, 제도적 장치와 윤리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전략적 대응: AJI 시대의 길을 묻다
‘AJI 실용화’ 중심의 국가 AI 전략
한국은 AGI 도달을 목표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AJI 기술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민원처리 자동화 시스템, 국문 논문 초안 작성 보조 AI, 무역 통번역 자동 검수 시스템 등이 실제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다. 이와 같은 전략은 ‘빠르고 큰 AI’보다는 ‘정확하고 실용적인 AI’ 개발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국가 단위의 LLM 활용 지표 구축
AI 활용도를 측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지표는 토큰 사용량이다. 산업별 LLM 활용량, 공공기관별 적용 사례 등을 지표화하고 이를 토대로 국비지원과 세제 혜택을 연계한다면 AI 활용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다. 나아가 AI 활용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교육 및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4대 혁신 분야의 선택과 집중
한국어 중심 오픈 LLM 개발은 지역 언어 및 문화적 맥락에 맞는 AI 접근성을 보장하는 길이다. 과학 연구 지원을 위한 ‘AI 기반 연구노트’ 플랫폼, 기후대응형 ‘환경 감시 드론’ 및 ‘탄소 예측 모델’, 중소기업용 ‘AI 고객 분석 및 영업 자동화 툴’ 등은 실용성과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사업 모델로서 한국형 AI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다.
AI 윤리 레이블 제도와 교육의 병행
국내 생성형 AI 모델에 대해 라벨링 제도를 도입하여 콘텐츠의 AI 생성 여부를 표시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향후 콘텐츠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동시에 초등~중등 교육 과정에 AI 리터러시와 AI 감별 수업을 도입하여, 기술 사용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3.5. 느리지만 강한, 실용형 AI 전략
고성능 모델은 막대한 계산량과 비용을 요구하므로, 한국은 오히려 ‘경량형 Edge AI’, ‘오프라인 환경 특화 AI’ 등에 집중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국방, 의료, 농업 등 다양한 실생활 분야에서 실제로 작동 가능한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결론: 기술의 종착점이 아닌, 실용과 윤리의 중심으로
우리는 이제 AGI의 도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AJI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위한 수단이며, AI는 그 중심에 있는 도구가 아닌, ‘공존의 파트너’로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한국은 지금, 실용성과 윤리의 균형 속에서 새로운 AI 전략을 수립할 시점에 있다. 그것은 단지 기술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삶의 방식 자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