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I&빅데이터쇼를 통해 본 미래
AI의 실용성과 현장 중심성, 그리고 다가오는 산업의 재편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기술 전시회를 넘어선 ‘산업 실용성’ 중심의 전환
2025년 6월, 국내 최대 미래 기술 전시회 ‘AI&빅데이터쇼’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매년 반복되던 기술 중심의 축제에서 올해만큼은 뚜렷한 변화의 기류가 읽혔다. 단순히 기술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어떤 산업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간 실질 중심의 전시회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AI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제조업체 임직원, 법률 및 투자 전문가들까지 현장을 찾았다는 점은 이 행사가 단순한 기술 소비의 장을 넘어 ‘산업 현장 맞춤형 해답’을 찾는 탐색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과거에는 기술의 신기함에 이끌려 방문하던 참관객들이 이제는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구체적 솔루션을 요구하는 모습은 한국 AI 산업이 한 단계 성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AI 챗봇에서 ‘AI 에이전트’로: 자율성과 협업의 시대
작년까지만 해도 AI 솔루션의 중심축은 ‘챗봇’이었다. 그러나 올해 전시회의 화두는 분명하게 ‘AI 에이전트’였다. 챗봇이 텍스트 기반 상호작용에 머물렀다면, AI 에이전트는 더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 자동응답을 넘어, 업무 수행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수준으로 기능이 확장된 결과다.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의 흐름은 이제 현실적인 업무 자동화와 연결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국방, 물류 등 도메인별 AI 솔루션은 산업별 특성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단순 기술 이전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서 AI가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곧 산업 현장의 요구에 따라 AI의 기능과 성격이 세분화되고, 그에 따라 AI 개발 기업들도 특정 분야의 깊은 이해를 갖추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표준화된 기술의 전시에서 맞춤형 해법의 현장으로 변모한 이번 행사는, AI가 사회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지컬 AI와 온디바이스 AI: 기술의 경계를 넘어 삶 속으로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흐름은 ‘피지컬 AI’와 ‘온디바이스 AI’다. 작년만 해도 개념적으로 논의되던 이 기술들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며 로봇, 키오스크, PC,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물리적 플랫폼 위에 구현되었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가 아닌 로컬 장치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로, 개인정보 보호, 반응 속도, 에너지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제조현장에서는 대형 서버 없이도 현장의 AI 분석이 가능해지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빠른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피지컬 AI는 인간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계·로봇에 AI를 접목시킨 형태로, 전시 현장에서는 실시간 문제해결 기능과 자율 제어 능력을 보여주는 로봇들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술이 이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AI&빅데이터쇼는 단지 미래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장이었다.
AI 도입의 진짜 장벽: 기술보다 컨설팅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인상 깊은 사실은, AI 기술 자체보다도 ‘도입 컨설팅’이 핵심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제조 산업군에서는 공정마다 AI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세이지를 비롯한 비전 AI 기업들은 공정별, 환경별 맞춤형 설계를 강조하며, 하나의 솔루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진실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컨설팅 중심의 AI 서비스 모델’이 대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AI에 관심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도입해야 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를 몰라 망설이고 있다. 이에 AI 기업들은 지속적인 현장 분석과 상담을 통해, 기술 이전이 아닌 ‘문제 해결 프로세스’ 전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실체보다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AI 시대의 관건이 되었으며, 이는 향후 AI 컨설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산업과 사람을 잇는 AI, 그 다음을 위한 선언
전시회의 마지막 날, 김준호 엑스포럼 상무는 “AI가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참관객들의 관심도 기술보다는 적용사례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AI가 더 이상 ‘기술의 경이로움’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삶과 일터에 녹아드는 실체’가 되었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전시장에서 만난 기업들은 하나같이 ‘현장 중심성’에 주목하고 있었고, 참관객들 역시 눈이 높아져 구체적인 솔루션과 결과를 요구했다. 이러한 흐름은 곧 AI 기술의 표준화가 아니라, 맞춤화·정교화를 통해 산업의 핵심이 재편된다는 뜻이다.
2025년 AI&빅데이터쇼는 결국 기술과 사람, 산업과 생활,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 위에 놓인 거대한 축제였다. 이 전시회를 통해 우리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넘어, 우리가 AI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를 함께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AI는 단순한 도구인가, 아니면 인간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동반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