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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와 AI 투자 시대의 귀환


신념으로 다시 서다 – 손정의와 AI 투자 시대의 귀환


글로벌연합대학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실패에서 다시 피어난 용기의 철학


손정의 회장은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창립자이자 대표로, 세계 기술투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한때 "디지털 시대의 미다스"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투자 감각을 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한 대규모 수익을 만들어낸 바 있다. 특히 알리바바에 대한 초기 투자는 전설로 남았다. 당시 약 2천만 달러의 투자가 수백억 달러로 불어났고, 이는 단일 투자 수익으로는 전례 없는 성공사례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실패는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실패는 너무 커서 ‘실패’라는 단어조차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위워크(WeWork)다. 손 회장은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위워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당시 기업 가치는 47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창업자의 무리한 확장과 경영실패, 그리고 회계 논란까지 겹치며 IPO는 무산되었고,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지분 대부분을 손실로 처리해야 했다. 한때 ‘기술 투자계의 예언자’로 불리던 손 회장은 단숨에 언론과 시장의 비판 대상이 되었고, 그의 전략과 감각은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특유의 뚝심과 미래에 대한 믿음은, 그 어떤 경제적 손실보다 강했다. 손 회장은 고개를 숙이기보다, 다시금 ‘기회를 읽는 눈’을 되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기술 지형을 탐색했고, 그가 주목한 영역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였다.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2. ARM, 기술 전쟁의 중앙에 서다


손 회장의 다음 승부수는 ‘ARM’이라는 이름의 기업을 통해 펼쳐졌다.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회사로, 모바일 기기와 IoT, 그리고 AI 칩의 설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애플, 삼성, 퀄컴 등 대부분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ARM은 일종의 디지털 시대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를 손정의는 일찍이 인수한 바 있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2023년, ARM은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되었다. 이는 단순히 기업공개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ARM은 기술의 주도권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다시금 평가받게 되었다. 이는 소프트뱅크에게도, 그리고 손 회장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복귀였다.


ARM의 상장으로 인해 소프트뱅크의 자산은 대폭 회복되었고, 시장은 다시 손정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투자 실패에 대한 회의감은 점차 사라지고, 다시 그의 ‘미래를 읽는 감각’이 재평가되었다. 특히 그는 ARM을 단순한 반도체 회사로 보지 않았다. 그는 ARM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의 토대를 만드는 ‘기반 기술’이라 보았고, 그 기반 위에 다음 산업혁명의 주체들이 설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3. AI, 그리고 다음 전장: 오픈AI


손 회장의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미래를 그리는 데 있어서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ARM을 통해 인프라를 확보했다면, 그 위에 구축해야 할 것은 곧 ‘지능’이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에 주목했다. 그는 이것이 인터넷, 모바일에 이은 세 번째 혁명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픈AI(OpenAI)가 있었다.


오픈AI는 2022년 말 출시된 ChatGPT로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킨 인공지능 기업이다. 대화형 AI, 생성형 언어모델의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낸 이 기업은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을 넘어선 문명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 회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픈AI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건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입니다.” 그는 이 시대를 꿰뚫는 기술의 흐름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는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고, 그것은 곧 자신의 철학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AI가 단순히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며, 창의성과 효율성 모두를 재구성하는 ‘미지의 힘’이라 보았다. 그래서 AI에 대한 투자는 단지 다음 트렌드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미래 문명에 대한 책임 있는 참여라고 여겼다.


4. 용기라는 이름의 자본, 그리고 모험의 귀환


손정의는 오픈AI를 포함한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용기’라고 표현했다. 이는 단순히 멋진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AI 산업은 규제와 윤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생성형 AI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윤리적 딜레마,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도 함께 안고 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손 회장은 바로 그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본다. 그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남들이 주저할 때 베팅하는 전략을 택한다. 위워크의 실패가 그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그 실패 덕분에 더 날카로운 판단력과 절제된 용기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금 전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시장은 그에게 다시 자금을 맡기고 있으며, 그는 이 자금으로 AI 산업의 거대한 지도를 새롭게 그리려 한다.


그의 행보는 단순히 기업의 부활이 아니라, 철학의 귀환이기도 하다. 실패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믿음은 그를 다시금 세계의 중심에 세우고 있다. ARM의 상장, 그리고 AI 투자 확대는 단순히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 그가 말하는 “신념의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5. 시대를 다시 리드하는 투자자, 손정의


이제 손정의 회장은 다시 시대의 선두로 복귀했다. 위워크 실패 이후 시장의 불신을 딛고 일어선 그는, ARM이라는 기술기반 기업을 통해 자산을 회복했고, AI라는 차세대 기술에 전면적인 투자를 선언하며 다시금 세계 경제지도의 한가운데에 선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전략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거기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더욱 깊고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미래를 읽고 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다른 투자자들과 분명히 구별된다. 그는 단기 수익에 집착하지 않고,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끊임없이 사유한다. 그는 자본을 넘어서 철학으로, 기술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통찰로 접근한다. 그래서 그의 투자에는 항상 ‘신념’이라는 단어가 따르고, 그의 복귀는 단순한 재기의 서사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선언과도 같다.


손정의는 말했다.

“우리는 이제 더 강해졌다.”

그의 이 말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닌, 오랜 실패와 성찰, 그리고 확신 위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다시 AI의 파도 위에 올라타는 이유는, 기술이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이끌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념이야말로, 우리가 이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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