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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산업혁명 / 빅데이터의 중요성

#AI산업혁명 / 빅데이터의 중요성

일론 머스크 그록 4, 인류 지식의 리셋을 꿈꾸다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인류 지식의 재편, 그 야심찬 선언 2025년 6월, 일론 머스크는 또 하나의 파격적인 선언을 내놓았다. 그의 AI 챗봇인 '그록(Grok)'이 이제 인류의 모든 지식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터넷에 축적된 정보 중 "쓰레기"를 걸러내고, 오류를 바로잡으며, 빠진 정보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지식체계를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이 계획을 공개하면서, 그록의 고도화된 추론 능력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 밝혔다. 기존 AI 모델이 훈련한 데이터의 질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낸 머스크는, 그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선포한 셈이다.


수정된 데이터로 다시 쓰는 인류 지식 머스크의 구상은 단순히 정제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직접 사용자들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실들을 수집해달라고 요청하며, 인간과 AI의 협력으로 학습 데이터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대중참여형 진실 재구성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엔 거대한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누가 '쓰레기'를 판단할 수 있는가?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걸러낼 것인가? 이처럼 진실과 허위, 편견과 객관의 경계는 모호하다. 머스크가 설정한 '정제'의 기준이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라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왜곡을 양산할 수 있다.


기술 진보인가, 오웰적 디스토피아인가 머스크의 계획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욕대학교 명예 교수이자 AI 비평가로 유명한 게리 마커스는 이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빗대어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가 그록을 자신의 신념에 맞춰 역사를 재작성하려 한다며, 이는 명백한 오웰적 디스토피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록은 정치적 이슈에 대한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5월에는 '백인 대학살'이라는 음모론적 용어가 빈번히 언급되어 논란이 되었고,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시스템적 왜곡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xAI는 이에 대해 내부 조사를 약속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일단 흔들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와 진실 사이에서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기존 AI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답변만 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다른 챗봇들이 사회적 소수자나 진보적 가치를 지나치게 대변한다며, 이를 '깨어있는 AI(woke AI)'라고 지칭했다. 그에 반해 그록은 가능한 한 표현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명분 삼아 소수자 혐오나 허위 정보가 용인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신뢰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AI 시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머스크의 접근은 이 균형을 일방적으로 기울일 위험이 있다.



그록 4, 기술을 넘어 철학의 시험대로 그록 4는 단순한 AI 모델의 진화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이 어디까지 인간의 지식과 사유에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자 도전이다. 머스크는 "없는 정보는 만들고, 틀린 정보는 고친다"는 논리로 새로운 AI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인간 지식의 다양성과 논쟁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가 될 것이다. 특히 '정제된 데이터'라는 개념이 절대적 진리를 향한 것이 아니라 머스크 개인의 신념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구현된다면, 이는 전체주의적 기술 지배의 시작일 수 있다. 그록의 등장은 단지 새로운 도구의 탄생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역사와 진실을 어디까지 재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격적인 철학적 시험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머스크의 그록 4 프로젝트는 기술적 가능성과 윤리적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인류 지식의 리셋은 단순한 데이터 정제가 아니라, 진실을 구성하는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실험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금 AI 시대의 진실과 표현, 기술과 권력의 관계를 다시 묻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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