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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나노기술과 AI의 융합, 세상을 바꾸다

#AI산업혁명

세계 최초 나노기술과 AI의 융합, 세상을 바꾸다

"나노기술과 신소재, AI 진화를 위한 핵심 열쇠"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서론: AI 진화의 새로운 축을 말하다

21세기 인공지능(AI)의 비약적인 발전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보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알파고, GPT-4, 자율주행, 메타휴먼 등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AI 혁신은 연산 능력, 저장 효율성, 에너지 절약성과 같은 하드웨어 기반 기술의 진보가 함께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AI의 진화는 하드웨어, 나노기술, 신소재 등과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 그중에서도 나노기술과 신소재는 AI 성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본 칼럼은 이 두 분야가 어떻게 AI의 미래를 바꾸는지 살펴보고, 대한민국이 이 전략적 기술 분야에서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언한다.


2. 나노기술: 원자 수준에서 AI를 설계하다

나노기술은 물질의 구조를 원자나 분자 단위에서 제어하는 기술로, AI 하드웨어에 전례 없는 정밀성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나노 트랜지스터는 전자 흐름을 극도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보다 훨씬 작은 크기와 낮은 에너지 소모로도 동일한 혹은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뉴로모픽 칩 개발에 필수적인 초소형 나노소자는 인공신경망의 시냅스를 모사하며, 에지AI 기기의 경량화와 고속처리에도 기여하고 있다. 나노스케일의 자기소자와 유전체는 메모리 장치와 연산유닛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그에 따라 AI의 처리 속도와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나노기술이 만드는 물리적 기반 위에서, 우리는 더 작고 더 빠르며 더 똑똑한 AI를 구현할 수 있다.


3. 신소재: AI 하드웨어의 경계를 다시 그리다

AI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저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신소재 개발이다. 대표적인 예로 그래핀은 기존의 실리콘보다 100배 빠른 전도성을 가지며, 두께는 단 한 겹의 원자층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발열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극도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AI 반도체 소재로 가장 주목받는다. 이외에도 몰리브데넘다이설파이드(MoS2), 질화붕소, 페로브스카이트 등 다양한 이차원 물질과 복합 소재들이 AI용 메모리, 센서, 인터커넥트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신소재는 단순히 기존 소재를 대체하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의 AI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소재·부품·장비 강국의 위상을 활용해 이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힐 필요가 있다.


4. 데이터의 물질화: 실험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빅데이터

나노기술과 신소재 분야는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 생태계를 낳는다. 기존의 인터넷 기반 빅데이터와 달리, 이 영역에서는 실험과 공정을 통해 생성된 고밀도·고정밀·고신뢰 데이터가 주를 이룬다. 나노입자의 배향, 합성 조건, 물성 변화 등은 모두 AI 모델 학습에 중요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신소재 발견에도 역으로 AI가 활용된다. 이처럼 데이터가 실험에서 나오고, AI가 이를 분석하며, 다시 소재를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한국은 'AI 기반 소재 발굴 플랫폼'을 구축해 나노·신소재 데이터와 AI 모델을 통합한 클라우드형 R&D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축적을 넘어 산업 전반의 혁신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5. 정책과 실천 전략: AI 소재 패권을 향하여

대한민국이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나노기술과 신소재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관련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AI 소재 융합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산학연 협력 체계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정부 R&D 예산에서 소재와 AI 융합 분야의 비중을 확대하고, 10년 이상 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일관된 투자와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AI 반도체와 신소재 기반 기술을 중심으로 한 특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 이전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전용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와 성과가 지속적으로 산업화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인프라(데이터뱅크, 실증센터, 지식재산 플랫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6. 결론: AI는 나노의 심장에서 뛴다

미래 AI의 진정한 진화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이분법을 넘어서, 물질의 구조와 동작을 재정의하는 나노기술과 신소재의 혁신에서 비롯된다. 그래핀 한 겹에서, 원자 배열의 전환에서, 실험 데이터의 알고리즘화에서 우리는 AI의 새로운 심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금 이 순간 이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설계하지 않는다면, 다음 기술 패권 시대의 무대에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AI는 이제 코드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나노의 심장에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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