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산업혁명
비오 3와 플로우의 글로벌 확장: 구글의 영상 AI 패권 선언인가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1. 서론: 다시 속도를 높인 구글, 영상 AI 시장의 주도권을 쥐다
2025년 7월, 구글은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모델인 ‘비오 3(Veo 3)’와 이에 기반한 콘텐츠 제작 플랫폼 ‘플로우(Flow)’를 무려 159개국으로 동시 출시하며 글로벌 AI 전쟁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이례적인 배포 속도와 확산 범위는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를 넘어, 영상 기반 생성형 AI 시장에서 구글이 본격적인 ‘지배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텍스트에서 영상을 만든다는 개념은 공상과학의 영역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비오 3는 이제 ‘텍스트 투 비디오(Text-to-Video)’ 시대의 상징이 되었고, 플로우는 그 기술을 스튜디오급 영상 제작 환경으로 확장시키는 통합형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이 칼럼에서는 비오 3와 플로우의 기술적 의미, 전략적 의도,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단계별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본론①: 비오 3 – 생성형 영상 AI 기술의 정점
비오 3의 등장은 영상 AI의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구글은 이미 5월 I/O 행사에서 해당 기술을 공개하면서,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도 현실감 넘치는 8초 분량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시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비오 3는 단순히 ‘움직이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용자의 텍스트 입력을 정교하게 해석하여, 시나리오에 기반한 배경 전환, 인물 동작, 조명 효과, 카메라 앵글까지 구현한다. 이는 생성형 AI 영상 기술이 ‘예술적 표현’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뜻이며, 기존의 영상 제작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줄여준다.
이번 글로벌 론칭은 영상 품질보다 ‘생성 속도’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는 구글이 기술의 완성도보다 접근성과 반복 사용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의미이며, 향후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품질 개선과 용량 확장을 도모하려는 ‘제품 중심의 확장 전략’을 보여준다.
3. 본론②: 플로우 – 창작자 중심의 통합 플랫폼으로의 진화
비오 3가 기술이라면, 플로우는 그 기술을 활용한 ‘창작의 생태계’다. 원래는 미국 내 한정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번에 글로벌 확장을 통해 전 세계 창작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됐다.
플로우는 단순한 영상 편집 툴이 아니다. 이 플랫폼은 이미지 생성 AI인 이매진(Imagen), 텍스트 처리 AI인 제미나이(Gemini), 그리고 영상 생성 AI인 비오 3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작업 환경에서 통합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서부 영화 스타일의 오프닝 장면’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플로우는 자동으로 배경 이미지, 배경음악, 그리고 영상 시퀀스를 조합하여 1분 분량의 영상 초안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영상 제작에서 필요하던 각 요소(대본, 이미지, 영상, 편집)를 하나하나 외주 맡기거나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작업을 단 한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만든다. 창작자, 유튜버, 마케팅 담당자, 영화 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로우는 ‘AI 조감도 기반 창작 도구’로 기능할 수 있으며, 구글의 생태계 확장의 거점이 되고 있다.
4. 본론③: 159개국 론칭의 의미 – 속도와 스케일의 압도
구글의 이번 비오 3와 플로우의 론칭은 단순한 기능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첫째, 기존 AI 제품들의 경우 베타 테스트를 거쳐 수개월 내지 1년 이상 걸려 전 세계로 배포됐던 것과 달리, 비오 3는 약 두 달 만에 전격 글로벌 론칭을 단행했다. 이는 구글이 AI 서비스의 제품화를 가장 빠르게 실행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다.
둘째, 159개국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확산 범위가 아닌 ‘시장 장악 의지’를 상징한다. 언어, 문화, 디바이스 환경이 모두 다른 시장에 AI 영상을 동시에 적용하려면 강력한 백엔드 인프라, 현지화된 인터페이스, 그리고 글로벌 법적 규제가 정비되어야 가능하다. 구글은 이 모든 요소를 단숨에 통과시켰으며, 이는 곧 영상 생성 AI 시장에서 구글이 본격적인 ‘패권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셋째, 유료 요금제 중심의 접근 방식도 전략적이다. 비오 3와 플로우 모두 ‘AI 프로 요금제’ 사용자에게 제공되며, 하루 3개 영상 제한이라는 사용 정책은 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구글은 영상 생성 기술을 대중에게 무분별하게 오픈하기보다는, 고급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책임 있는 AI 생성 환경’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5. 결론: 구글의 미래는 영상에 있다
이번 비오 3와 플로우의 글로벌 확대는 단순한 기술 확장이 아닌 ‘미디어 AI 전쟁’에서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생성형 AI는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영상이 AI 서비스의 핵심이자 가장 경쟁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구글은 자사의 거대한 검색 생태계, 유튜브와의 연계, 그리고 전 세계적 서버 인프라를 기반으로 영상 생성의 ‘기준’을 세우려 한다. 메타, 오픈AI, 애플 등 경쟁사들도 비디오 생성 AI를 준비하고 있지만, 구글의 이례적인 속도와 스케일은 이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기술의 윤리성과 현실성과의 조율이다. 가짜뉴스, 허위정보 생성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구글이 강조하는 ‘책임 있는 AI’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될지도 중요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분명한 것은, AI 기반 영상 생성의 물결은 막을 수 없으며, 구글은 그 최전선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