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브라우저 전쟁의 서막: 퍼플렉시티, 코멧을 앞세운 모바일 점유율 반란”
글로벌연합대학교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크롬의 독점 구조를 흔드는 새로운 AI 주자, 코멧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을 한다. 이때 가장 자주 마주하는 로고는 단연 'Google Chrome'이다. 브라우저 시장의 절대 강자인 크롬은 현재 모바일 시장 점유율 약 70%로 그야말로 절대 군주로 군림 중이다. 그러나 이 굳건한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 그리고 'AI 브라우저'라는 개념을 들고 등장한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그것이다
퍼플렉시티가 개발한 브라우저 '코멧(Comet)'은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응답 엔진(answer engine)'이라는 새로운 브라우징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주소창에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 결과를 나열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에 AI가 직접 답하고 필요한 명령까지 실행하는 방식은 지금까지의 브라우저 사용 패턴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퍼플렉시티의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바일 제조사들과 협의 중이며, 코멧을 기본 브라우저로 탑재해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앱 출시가 아닌, 브라우저 시장 판도 전체를 흔드는 전략적 행보다.
AI 에이전트 기능: 검색을 넘어 ‘실행’으로
코멧이 기존 브라우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코멧은 단순 검색 결과를 넘어, 사용자의 질문에 AI가 직접 답변을 생성하며, 동시에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능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회의 내용을 요약해 메일로 보내줘”라고 입력하면, 코멧은 텍스트를 분석하고 요약한 후, 이메일 작성 및 전송까지 실행할 수 있다. SNS에 글을 올리거나, 특정 키워드를 기반으로 온라인 쇼핑을 자동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정보 탐색 도구에서 진화한 ‘AI 비서’에 가까운 개념이다. 더버지(The Verge)는 이에 대해 “코멧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기능에 AI가 결합되어 있어 접근성과 가능성 측면에서 큰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특히, 복잡한 명령까지 수행 가능한 에이전트 기능은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브라우저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기본 브라우저 진입 장벽과 전략적 협상
하지만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도 사용자 기반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퍼플렉시티가 데스크톱 버전을 통해 수십만 명의 초기 테스터를 확보했지만, 코멧이 진정한 의미에서 대중화되려면 '모바일 기본 브라우저'로의 진입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은 기본 브라우저를 변경하지 않는다. 즉, 어떤 브라우저가 처음부터 휴대폰에 깔려 있느냐가 시장 점유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퍼플렉시티는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모바일 제조업체들과 협상 중이다. 특히 삼성과는 음성 비서 기능 탑재와 관련해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애플은 구글과의 검색 계약 종료 이후 퍼플렉시티를 인수하거나 협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협업이 아닌, 거대한 모바일 브라우저 생태계를 뒤흔드는 ‘플랫폼 경쟁’의 시작이기도 하다. 구글이 검색 및 브라우저를 동시에 장악해 온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 과제와 기대치: 에이전트의 진화 가능성
물론 퍼플렉시티의 코멧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복잡한 에이전트 명령’에서의 실패율이다. 퍼플렉시티 대변인 제시 드와이어는 “쇼핑이나 다중 작업이 필요한 명령은 단순한 작업에 비해 실패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현재 AI 모델의 한계이며, 향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AI 에이전트가 아직 인간의 직관적 판단이나 맥락 이해에 다소 부족함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발전 가능성의 여지를 남긴다. 현재 코멧은 월 200달러에 제공되는 '퍼플렉시티 맥스(Max)' 요금제 사용자 또는 대기자 명단을 통해 일부에게만 제공되고 있으며, 향후 개선된 모델은 더 많은 사용자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AI 브라우저가 불러올 변화: 플랫폼 패권 재편의 가능성
현재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약 70%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고, 애플 사파리와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가 나머지를 분할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도 속에서 코멧은 AI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셈이다.
만약 퍼플렉시티가 삼성, 애플 등 주요 제조사와의 협상에 성공해 코멧이 기본 브라우저로 채택된다면, 검색과 브라우징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의 패권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 특히 구글이 검색과 광고 수익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퍼플렉시티는 AI 기반 정보 탐색과 명령 실행을 통해 사용자 경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지금, 코멧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그러나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AI가 검색과 브라우징의 주도권을 잡는 순간, 우리는 ‘정보의 시대’에서 ‘명령의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결론
퍼플렉시티의 코멧은 단순한 브라우저를 넘어 AI 비서이자 실행 에이전트로 진화 중이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기본 브라우저 지위 확보 여부는 향후 코멧의 운명을 가를 최대 변수이며, 이는 곧 구글의 지배력에 맞서는 새로운 플랫폼 경쟁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