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K-AI 독립 선언" – SKT, '에이닷 X 3.1 34B' 오픈소스로 연 주권형 AI의 문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프롬 스크래치의 선언, SKT의 독립 AI 실험
2025년 7월 24일, SK텔레콤은 자사의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에이닷 엑스(A.X) 3.1’의 34B 버전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모델은 매개변수(parameter) 340억 개로 구성된 고성능 모델로,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으로 구축되었다. 이는 단순히 파인튜닝이나 리패키징이 아닌,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추론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라는 의미다.
SKT는 이로써 글로벌 AI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형 소버린 AI(Sovereign AI) 구축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같은 달 초 공개한 7B 버전은 이번 34B 모델의 경량화된 오리지널로, 하나의 아키텍처 체계 아래 경량·표준 버전 양쪽을 모두 확보하며 기술적 유연성과 생태계 개방성 모두를 실현했다.
2. 에이닷 X 3.1의 구조와 성능: ‘추론 지향’ 모델의 탄생
이번에 공개된 34B 모델은 단순한 대화형 모델을 넘어, 코드 생성과 수학 계산 등 고차원 추론에 특화된 기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이는 에이닷 엑스 3.0이 대화형 한국어 LLM에 주력했던 것과 대비되며, SKT가 향후 AI 코파일럿, 검색 AI, 전문도메인 응답 시스템 등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KMMLU(한국어 능력 벤치마크) 평가 결과, 3.1 모델은 69.20점으로, 같은 구조의 4.0 버전(78.3점) 대비 약 88%의 성능을 보였다. 4.0의 파라미터가 두 배(72B)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모델 효율성 측면에서는 준수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CLIcK(한국어 및 한국문화 기반 평가)에서는 3.1 모델이 77.1점을 기록해, 4.0의 85.7점 대비 90%에 육박하는 성능을 입증했다. 이는 단순한 성능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34B급 모델로도 충분히 국내 문화와 언어에 특화된 AI를 제작할 수 있다는 실증이기 때문이다.
3. AI 주권 시대의 도래 – SKT의 전략적 포지셔닝
SKT의 오픈소스 공개는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닌 AI 주권 시대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소버린 AI는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혹은 특정 기업의 기술 독립성을 기반으로 한 AI 체계를 의미한다. SKT는 이번에 공개한 에이닷 X 3.1과 기존의 7B, 4.0(72B) 등 총 4종의 모델 라인업을 통해 기술 자립과 생태계 개방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한다.
특히, 이 모델들은 학술적·상업적 자유 이용 가능으로 공개되어, 국내외 개발자, 스타트업, 연구기관에 막대한 파급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폐쇄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기술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오픈AI, 구글, 메타 등과의 경쟁 구도에서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와 함께, S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도 도전장을 제출했다. 크래프톤, 포티투닷, KAIST, 서울대 연구진 등과 손잡고 구성한 컨소시엄은 기술·인재·자본 삼박자가 균형 잡힌 전방위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4. 기술 주도에서 생태계 주도까지 – 한국형 LLM의 확장 경로
SKT의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한국어에 최적화된 언어모델을 확보함으로써, 국산 검색엔진, 법률 AI, 교육용 코파일럿, 로컬 챗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특히, 높은 한국어 이해도는 외국계 모델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고유한 강점으로 부각된다.
뿐만 아니라, 모델을 **경량화(7B), 표준화(34B), 대형화(72B)**한 계열 분화 전략은, 다양한 산업별 수요에 맞춤형 대응이 가능한 구조를 이룬다. 이는 LG, 네이버, 삼성 등 국내 타 대기업들이 채택하는 다중 모델 플랫폼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행보는 향후 K-AI 모델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AI도 결국 언어와 문화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SKT는 기술뿐 아니라 정체성 기반 LLM 생태계 구축의 선도자라 할 수 있다.
결론
K-AI의 독립과 세계를 향한 첫걸음
SK텔레콤의 이번 ‘에이닷 X 3.1 34B’ 공개는 단순한 기술 릴리즈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형 AI 생태계 주권 선언’이자, 세계를 향한 K-AI 모델의 독립선언문이다. 프롬 스크래치로 구축된 모델이 상업적, 연구적으로 자유롭게 활용되도록 오픈소스로 배포되었다는 점은, SKT가 글로벌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다.
나아가,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사업’과의 연계는 민관 공동 AI 전략의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AI 헌법, 데이터 거버넌스, 윤리 기반 프레임워크 구축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이다.
이제 AI는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기술 주권의 상징이며 문화적 정체성의 거울이다. SK텔레콤은 그 시작점에 서 있다. 이 모델들이 한국적 기술 철학과 산업 응용에 뿌리내릴 때, K-AI는 단순한 수식어를 넘어 하나의 주체적 존재로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