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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K-AI 모델 경쟁전략

#AI 산업혁명

국가대표 K-AI 모델 경쟁전략

‘고성능·고효율’로 인프라 격차를 넘어서다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K-AI 모델, 한국형 AI 도약의 시험대


2025년 7월,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며, 15개의 유력 컨소시엄이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술력 과시를 넘어, 현실적인 국내 인프라 여건을 고려한 ‘실용 가능한 고성능 AI’를 개발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이번 공모는 한국 AI 생태계의 전환점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산 AI 모델의 기준을 수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고성능·고효율 전략: 인프라 제약 속의 창조적 돌파구


대다수의 컨소시엄들은 공통적으로 ‘고성능 고효율’이라는 전략 키워드를 내세웠다. 이는 한국이 직면한 GPU 등 AI 인프라 부족 문제를 기술력과 효율성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LG AI연구원은 ‘AI 토크콘서트’에서 자사의 독자 모델이 적은 GPU 자원으로도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적화된 학습 기술과 모델 구조 개선을 통해 한국형 AI가 ‘덜 갖춘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또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와 같이 효율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인프라 대비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GPU 활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LLM 평가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도입했다.


멀티모달 전환: 사용성 기반 기술 전략 강화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흐름은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 개발에 대한 집중이다. 단일 언어처리 능력을 넘어, 텍스트·음성·이미지·비디오를 아우르는 옴니모달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스케일 기반 모델과 멀티모달 역량을 결합하여 콘텐츠 산업과 검색 서비스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범용 모델을 제시했다. SK텔레콤 또한 텍스트,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하나의 AI가 처리하는 옴니모달 AI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 텍스트 분석에서 벗어나 인간의 다양한 감각적 언어를 해석하고 반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별 특화 솔루션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에겐 이 멀티모달 전략이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From Scratch’와 풀스택 전략: 기술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


기술적 자립성을 강조하는 전략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엔씨 AI’는 해외 오픈소스 기반 모델을 단순히 미세조정하는 방식이 아닌,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고 배포하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From Scratch’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모델의 신뢰성과 데이터 주권, 그리고 독창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한편, SKT와 KT 같은 대형 통신사는 AI 칩, 모델 설계, 서비스 배포에 이르는 ‘풀스택 AI’를 앞세웠다.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한 독립형 AI 생태계 구축은 기술 주권 확보의 본보기로 평가된다. 이러한 풀스택 접근은 장기적으로 국내 AI 기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행보다.


특화 모델 중심 전략과 현실성 평가: K-AI의 성공 조건


이번 사업에서는 범용 모델보다 산업 특화 모델 전략도 두드러진다. 광고·마케팅 분야의 파이온코퍼레이션은 텍스트 중심의 일반 언어모델 대신, 이미지·비디오 중심의 생성형 AI를 제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러한 도메인 특화 전략은 실제 활용 가능성과 수익화를 중심에 둔 실용주의 AI 모델을 의미한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강조한 기준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현실성’이다. 이는 제한된 리소스를 바탕으로 실제 상용화 가능성과 사회적 파급력, 그리고 장기적 확장성까지 고려한 총체적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란 의미다. 각 컨소시엄은 이에 따라 자체 기술뿐 아니라 협력 가능한 관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협업 체계를 구축해왔다.


결론


K-AI 모델, 글로벌 경쟁으로 나아가는 한국형 해법


한국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은 단순히 국가 주도의 연구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는 전 산업계가 참여하고 각자의 전문성과 인프라 수준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대응한, 한국형 AI 생태계의 집단지성 실험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바로 고성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고효율·현실성·사용성·기술 독립성이라는 다층적 가치를 중심으로 설계된 AI야말로 진정한 ‘국가대표’ AI라는 점이다.

K-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닌,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문화와 철학의 싸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을 한국은 지금, 다 함께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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