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삼성의 AI 전략 대전환
'제미나이'를 넘어서, 다중 에이전트 생태계로의 도약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하나의 AI가 전부일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모바일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단일 AI 플랫폼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AI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사용자의 선택권을 극대화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AI 기반 경험을 일상으로 끌어내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밝혀진 삼성의 전략 변화는 단순한 OS나 플랫폼 기능을 넘어서, AI 에이전트를 '선택 가능한 기능'이 아닌, '사용자 중심 경험의 핵심'으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 '제미나이' 중심에서 '다중 에이전트 생태계'로
현재 갤럭시 기기에 탑재된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는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AI 모델이다. 그러나 최원준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부문 사장은 2025년 7월 2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경험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어떤 AI든 환영한다”고 밝히며 구글 독점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는 구글 이외에도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다양한 AI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퍼플렉시티의 AI 웹 브라우저 ‘코멧(Comet)’은 단순한 검색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지능형 정보 탐색과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에이전트로, 삼성 갤럭시 폰에 탑재될 경우 기존 브라우저 기반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통해 삼성은 갤럭시 S26을 포함한 차세대 스마트폰 시리즈에서 ‘AI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다.
3. 퍼플렉시티와의 전략적 접점 – AI의 진화는 브라우저로부터
퍼플렉시티의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최근 다수의 모바일 제조사와 협력해 AI 웹 브라우저 탑재를 추진 중임을 밝혔다. 이들의 대표 제품인 '코멧'은 단순 정보 제공에서 나아가, 실시간 추천과 검색 능력을 기반으로 마치 사람처럼 정보를 탐색하고 정리하는 고도화된 AI 에이전트이다. 삼성의 갤럭시폰과 결합될 경우, 코멧은 단순한 웹 브라우저를 넘어 사용자의 디지털 파트너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음성 기반 검색, 문서 요약, 일정 관리, 실시간 번역 등 퍼플렉시티의 강점 기술들이 갤럭시 사용자 경험과 통합된다면, 기존의 AI 경험을 뛰어넘는 새로운 UX 혁신이 가능하다. 단일 AI 모델의 한계는 데이터 편향성과 인터페이스 제한이라는 점에서 이미 지적되어 왔으며, 퍼플렉시티 같은 신생 기업과의 협업은 유연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전략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4. 웨어러블과 AI의 융합 – 귀걸이에서 스마트 안경까지
AI 전략의 확장은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 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귀걸이, 목걸이 등 기존의 틀을 깨는 AI 웨어러블 기기 개발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기존의 스마트워치, 스마트링을 넘어 사용자의 신체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착용하는 ‘초개인화 AI 기기’로 진화하는 흐름의 일환이다.
삼성은 이미 구글, 퀄컴과의 협력 하에 '무한(Infinite)'이라는 이름의 헤드셋과 스마트 안경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기기에는 멀티모달 인터페이스와 AI 비서가 결합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용자의 시선 추적, 환경 인식, 맥락 기반 명령 처리 등 고차원적 인터랙션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즉, AI는 더 이상 스마트폰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용자의 삶을 입체적으로 감싸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결론 – AI 경쟁은 '에이전트의 전쟁'으로
삼성의 이번 전략 변화는 단순한 기술 채택이 아닌, 플랫폼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제미나이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퍼플렉시티와 같은 신생 기업의 기술까지 수용하는 ‘다중 에이전트 생태계’로의 이행은 AI 산업의 본질적인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이는 사용자 맞춤형 경험 제공, 에이전트 간 경쟁을 통한 혁신 촉진, AI 편향성 해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AI의 미래는 ‘누가 더 정교한 모델을 만들었는가’가 아닌, ‘누가 더 사용자 친화적이고 유연한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성했는가’로 귀결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거대한 경쟁의 전환점에서, 개방성과 다원성을 무기로 차세대 AI 시장의 판도를 다시 그리려 하고 있다. 갤럭시 S26을 포함한 차기작들이 그 실험의 첫 결과물이 될 것이며, 사용자들은 머지않아 AI를 선택하는 자유와 그에 따른 새로운 경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