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특강
사단시(四短詩)란 어떤 시인가?/ 임보
‘사단시’란 네 마디의 짧은 시에 대한 명칭이다. 이 사단시는 현대에 와서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대시가나 단형 민요들 속에 이미 내재해 있던 형식인데 현대에 와서 적지않은 시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사단시는 역사성과 보편성을 지닌 시의 한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문학 형태가 장르로서 양식화되기까지는 짧지 않은 역사적 배경을 통해서 보편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단시는 시의 한 하류 장르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사단시의 형식과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행의 배열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기-승-전-결의 네 마디 구조로 전개한다.
둘째, 한 마디의 길이는 1음보 이상 4음보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전체 작품의 길이는 최소 4음보로부터 최대 16음보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상적인 길이는 중간 형태인 8음보 내외라고 할 수 있다. (1음보는 대체로 1어절, 주로 3음절이나 4음절)
셋째, 각 마디의 길이가 반드시 균등해야 한다는 제한은 두지 않으나 가락을 살리기 위해서는 균등한 편이 이상적이다.
넷째, 마디와 마디의 연결 구조는 특정한 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구(對句)나 대조(對照) 및 반전(反轉)의 묘미가 살아나도록 한다.
다섯째, 즉물적 즉정적인 내용을 해학과 기지에 의해 인상적으로 표출해 낸다.
사단시는 시조(時調)의 형식보다는 융통성이 있는 준정형시(準定型詩)로서 단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신선하게 드러내는 시의 한 양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사단시는 짧은 형식의 글이어서 쓰는데 부담이 크지 않아 전문적인 문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 일본의 하이구처럼 국민문학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된다.
[예시 1]
연잎 위에
떠 있는
초록의
고요 한 점
―<청개구리>
[예시 2]
혀 빼 들고
날아가는
벙어리 떼
청(靑)기러기
―<한란(寒蘭)>
[예시 3]
저 번득이는 울림
이른 봄 아침
바위틈에 꽂힌
한 떨기 푸른 나팔
―<제비꽃>
[예시 4]
돌 속에서 여자를 끌어내고
돌 속에서 염소를 몰아내고
돌 속에서 연꽃을 빚어내고
돌 속은 만물의 무궁한 창고
―<조각(彫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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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시
운동장
이현우
언제나 못 잊어서 가고 픈 어린시절
온 종일 놀아도 재미났던 놀이동산
남몰래 가 보았다네 기억 저편 그리움
이제는 작아보이네 내 욕심이 커졌나
신용카드
이현우
안 쓰면 불편한 유혹
갚을 땐 슬픈 현실
줄줄이 붙은 과거의 흔적
도망갈 순 없을까
그대는 내 운명
이현우
언제나 그대는
외로운 나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잊을 수 없는 추억